미국발 서브프라임 쇼크 전 세계 강타 한국 시장이 더 떨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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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돼 온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부실이 다시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프랑스의 BNP파리바은행이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한 일부 펀드의 환매를 중단한 여파로 세계 금융시장이 몸살을 앓았다. 10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80.19포인트(-4.2%) 하락한 1828.49로 마감했고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24.28포인트(2.99%) 떨어진 788.41을 기록했다. 이날 하루 서울 증시에서 시가총액 42조8875억원이 날아갔다. 환율과 금리도 요동쳐 원화 환율은 9원 상승해 달러당 931.90원으로 치솟았다. 전날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올렸지만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05%포인트 하락한 5.27%까지 떨어졌다.

이번 충격은 프랑스에서 시작됐다. BNP파리바는 9일(현지시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자산유동화증권(ABS)에 투자한 3개 펀드의 환매와 가치산정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네덜란드 투자은행 NIBC도 미 서브프라임 투자 실패로 1억8900만 달러 손실을 봤다고 공개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에 이어 유럽 은행들까지 미 서브프라임 부실 후유증을 겪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신용경색 위기가 전 세계 경제에 전염되고 있다는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앞으로 펀드 자금이 이탈할 것이란 우려로 세계 증시는 홍역을 치렀다. 9일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전날에 비해 387.18포인트(2.83%) 하락한 13270.68로 거래를 마쳤다. 2월 27일 중국 정부의 경제긴축 발표로 416포인트 떨어진 이후 최대 낙폭이다. 영국.프랑스.독일 증시도 일제히 2%가량 떨어졌다. 미국.유럽보다 아시아 증시는 더 큰 타격을 받는 모습이다. 10일 개장한 일본.대만.홍콩 등 아시아 증시는 2~3%씩 밀려났다.

금융시장 불안을 진화하기 위해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은 247조원의 긴급자금을 방출하며 대응에 나섰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9일 하루 단위로는 기록적인 240억 달러(22조3700억원)를 시중은행들에 긴급 지원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단일 시장개입으로 사상 최대인 950억 유로(121조1400억원)를 공급했고, 일본은행 역시 금융시장에 1조 엔(7조9015억원)을 풀었다. 10일에도 FRB는 190억 달러(17조7100억원), ECB는 610억 유로(77조8000억원)를 추가 투입했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손댄 국내 금융기관은 별로 없다"며 "시장이 불안해지면 신속히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홍병기 기자

◆서브프라임 모기지=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 주택을 담보로 높은 금리의 자금을 빌려주는 대출. 금융회사들은 이 대출 채권을 토대로 금융파생상품을 팔아 자금을 조달해 왔다. 최근 미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면서 연체자가 느는 등 대출이 급속히 부실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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