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9% 우울증에 시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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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학입시를 앞둔 고3학생의 9.2%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연세대의대 가정의학과(과장 윤방부 교수)팀이 서울소재인문계고교 3학년 남녀학생 1천2백여 명을 대상으로 한 단체면담조사에서 드러났으며, 특히 하위권 성적의 학생 중 13%가 우울증인 것으로 나타나 성적고민이 중요한 요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조사는 국제적으로 효과를 인정받고 있는 DIS(설문면담을 통한 우울증진단기법)방식을 쓴 것으로 ▲우울한 기분 ▲불면 또는 수면과다 ▲식욕저하 ▲만성 피로감 ▲안절부절못함 ▲흥미와 관심결여 ▲염세적 태도나 죄의식 ▲집중력 저하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생각 등 9개 항목에 걸친 설문조사에서 다섯 가지 이상에서 2주 이상 지속되는 증상을 보일 때 우울증이 있는 것으로 판정했다.
우울증과 학생의 나이, 성별, 가족의 병력유무, 부모사망, 형제자매의 수, 집안의 경제력, 음주나 흡연유무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성적저하 ▲우울증을 앓은 경험 ▲가족구성원간의 불화등 세가지요소는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윤 교수는 『우울증은 의사의 치료가 필요한 병이 아니라는 일반인의 잘못된 인식이 문제』라며『실제 성적이 떨어져 우울해지기보다는 우울한 증상 때문에 성적저하가 일어난다고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활환경의 개선과 핵가족화 추세에 따라 부족한 것 없이 과보호로 자라나 덩치만 컸지 심지가 굳지 못한 오늘날의 청소년 문제는 성적을 비관해 자살하는 학생들을 단순치 본인 스스로의 나약함 때문이라고 돌리기엔 부모를 비롯한 사회적 책임이 크다는 것이 이 문제를 보는 전문가의 시각이다.
연세대의대 정유숙 교수(정신과)는 성적과 관련된 우울증문제에 대해 『자식을 통한 부모의 대리만족은 금물』이라며 부모의 과잉기대를 경고하고 『학생 본인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성적을 원하는 태도가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홍혜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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