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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협정 40돌 맞아/중­북한 관계회복 기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중국 공식­비공식대표 80여명 입북/“긴장완화 도움” 한국측에 사전 해명
지난해 8월 한국과 중국의 국교수립으로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져왔던 휴전협정 성립 40주년을 계기로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휴전 40주년 행사를 「조국해방전쟁 승리 40주년」이라는 명칭을 붙여 지난 세계청소년대회와 맞먹는 수준인 약 20억달러를 투입,대대적인 경축활동을 벌이고 있다.
북한은 전례없이 휴전협정이 맺어진 날을 전쟁승리의 날로 내세우며 내부적으로 주민들에게 자신감과 사기를 불러일으키는 한편 중국과의 전통적인 우방관계를 재현함으로써 최근 어려운 상황을 벗어 나려는 심기일전의 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은 이를 위해 당초 장쩌민(강택민) 중국공산당 총서기겸 중국측의 동의를 받지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북경 북한대사 주창준은 지난달초 다시 중국당국을 방문,대규모 방문단을 요구했으며 중국측은 일단 질보다는 양적으로 대표단을 구성하여 성의를 표시했다는 것이다.
이 결과 총서기대신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의 말석인 후진타오(호금도)를 대표로 한 공식대표단 20명이외에 당정·지원군·동북 3성 주민 등 비공식 대표 60여명을 지난 26일 평양으로 파견했다.
중국 대표단장 호금도는 휴전협정기념일인 지난 27일 신의주의 대안인 단동에서 이른바 「항미원조기념탑」 제막식을 주재했다. 중국 최고실력자 덩샤오핑(등소평)이 제자한 이 기념탑은 당총서기 강택민을 비롯,리펑(이붕) 총리·류화칭(유화청) 군사위 부주석 등의 축하휘호 등으로 전통적인 「조­중 우호관계」를 되새기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같은 중국의 「북한 다독거리기」에는 오랜 기간의 용의주도한 과정이 있었다. 중국은 지난 90년 10월20일 내부적으로 한국측과 국교수립에 합의했던 사흘뒤인 24일 북한측과 이 기념탑 건립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같은 기념탑행사를 포함하여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과거와 같이 변함없을뿐 아니라 중국과 공동으로 미국과 싸웠던 한국전쟁의 경험이 현재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유효한 것처럼 분위기를 이끌면서 대규모의 군중을 동원하는 행사를 통해 한국전쟁에서의 「승리」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중국측은 한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동시에 대북한관계를 지속하는 노련한 조처를 취함으로써 한반도에서 「양국양제」 정책을 노골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졌다.
이와함께 중국은 한국측에 대해 북한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은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를 추진하는데 있어 필수적임을 내세우며 북한과의 이번 행사개최를 사전에 통고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측의 한반도정책 담당관계 인사는 『북한이 경제적으로 파탄에 빠지거나 정치적으로 고립되어 자폭적인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면 그 책임은 한국과 중국이 공동으로 지지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장 한­중수교 1주년이 채 못된 시점에서 중국과 북한이 한국전쟁에서의 동맹관계를 전제로 우의를 되새기고 있는 광경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인상과 함께 한반도의 장래에 미심쩍은 우려를 품게 하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북경=전택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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