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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이용 연 2천만명 넘는데…/지방공항 위험 가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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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짧은 활주로 군용기와 겸용/관제시설낙후 육감 이착륙/인명경시 항공정책도 문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짧은 활주로,미흡한 항공 보안시설,육감에 의존한 이·착륙,땜질 보수,기상돌변으로 인한 잦은 결항 등 잠재된 사고위험….
목포공항 아시아나항공기 추락사고를 계기로 본 국내 지방공항의 현황은 생명을 경시한 항공정책 부재와 뒷짐 진 사회간접자본의 지각투자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국내선 이용객은 2천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3대 국제항공중 하나인 김포 국제공항마저 일본항공 등 외국항공사의 이·착륙 훈련용 모의비행 실험장치 프로그램으로 사용될만큼 열악하다는 사실로 미루어 대부분 군용시설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국내선 공항의 실정을 쉽게 짐작해볼수 있다.
활주로 길이와 폭,활주로 강도 등 가장 기초적인 안전조차 문제되고 있는 지방공항은 김포 국제공항을 포함,국내공항 14개중 울산·여수·목포·속초 등 4개 RHD항.
이들 공항은 활주로 길이가 1.5㎞ 안팎에 폭이 30m에 불과하고 계기착륙장치(ILS) 등 안전계기착륙 유도장치가 없어 조종사들이 육감에 의한 수동조작으로 이·착륙하고 있다.
특히 이 공항들은 군사적 목적으로 건설,주위가 산악지대로 둘러싸여 사고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
김포공항만 하더라도 활주로 북쪽에 신어산이 가로막고 ILS가 한쪽밖에 없어 기상이 조금만 나빠도 운항을 중단해야 한다. 활주로는 낙동강 유역의 저지대 배수불량,펌핑에 의한 공동화현상,지반 지지력 감퇴 등 원천적인 결함을 안고 있는데다 전선으로 땜질식 활주로 보강공사를 할수밖에 없어 누더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광주공항의 경우는 64년 상무대 군용비행장을 현재의 위치로 이전할 때부터 건설한 것을 땜질보수만하고 계속 사용하고 있어 내구연한(20년)을 9년이나 넘겨 올해초 활주로와 유도로를 조사한 결과 활주로는 1천2백23개소,유도로는 2백95개소에서 가로·세로 균열이 발견되고 포장부분 줄눈과 모서리 파손이 발견됐다.
추락사고가 발생항 목포 공항과 규모가 같은(활주로 길이 1.5㎞,폭 30m) 울산공항은 특히 울산공단의 극심한 공해 때문에 스모그현상이 심해 맑은 날에도 항공기 운항에 지장을 받고 있다.
이같이 열악한 시설·조건 속에서 국내선이 운항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대부분의 지방공항이 군용시설로 국방예산 시설투자 우선 순위에서 밀릴수밖에 없는데다 주무부처인 교통부에서는 88년 제2민항 출범이후 노선망 확충에만 주력했기 때문이다.
정종환 교통부 항공국장은 『87년부터 김포국제공항에 대한 시설투자를 시작으로 97년까지 광주·제주·울산·대구·사천·목포·군산공항과 청주공항 건설에 3천3백54만8천8백만원의 재원을 투자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부 차원에서 지방공항에 대한 실태를 조사해 투자우선순위 등을 재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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