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전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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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다른 구기종목과 마찬가지로 축구에서도 전형이 중시되고 있다. 전형이란 상대와 맞서 보다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는 대형을 갖춰 전력을 극대화하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축구 전형은 오래 전부터 영국·독일·브라질 등 축구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발전돼 실전에 활용되고 있다.
세계축구 최고의 경연장이라 할 월드컵대회야말로 축구전형을 선보이는 무대.
초창기 영국에서 첫 시도된 WM시스팀(5-3-2)은 「현대축구」전형의 효시격. 공격보다는 수비에 중점을 두는 이 시스팀은 한때 유럽축구의 인기 있는 모델로 각광 받았었으나 팬들의 저항이 만만찮아 50년대 들어 시들해지고 말았다.
이후 54년 스위스대회에서 「베른의 기적」을 창조한 서독은 이 대회에 처음으로 4-3-3시스팀을 구사, 우승컵을 안았고 58년 스웨덴대회에서 브라질은 4-2-4시스팀을 완벽하게 구사하며 첫 우승하는 감격을 누렸다. 북한이 처녀 출전한 66년 런던대회는 이탈리아가 스위핑디펜스(빗자루수비·1-4-2-3)의 새 전형을 선보였고 70년 멕시코대회에서 영국은 공격력에 초점을 맞춘 4-4-2시스팀을 도입, 돌풍을 일으켰다. 서독-네덜란드의 한판승부로 압축된 74년 뮌헨대회는 4-3-3시스팀에 리베로(일정한 포지션을 부여받지 않는 전방위선수)를 창안, 실전에 투입한 홈팀 서독의 승리로 판가름났고 82년 스페인대회에서 이탈리아는 빗장수비(카데나치오)를 진일보시킨 쇠사슬수비로 통산 세 차례의 월드컵을 거머쥐는 영광을 안았다.
이른바 토틀사커로 불리는 현대축구의 주된 흐름이라 할 3-5-2시스팀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은 90년 이탈리아대회부터. 당시 우승팀인 서독이 앞장선 이 시스팀은 미드필드진을 두텁게 함으로써 수비보다는 공격, 빠른 공수전환을 통한 기동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특히 사이드어태커의 오버래핑 (수비수의 공격가담)을 강조하고 있는게 두드러진 특색이다. 「월드컵본선 3회 연속출전」을 겨냥중인 한국월드컵대표팀 역시 이 시스팀을 주로 구사하나세계의 강호들과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형 축구」전형의 모델을 강구해야한다는 주문 또한 적지 않다. <전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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