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내우」에 서울시 속앓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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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울시가 동시다발적인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서울시 스스로 불러들인 것도 있고 개혁한파의 영향으로 빚어진 일도 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하나같이 왜소한 서울시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또 다른 흥미를 끌고 있다.
황철민 교통국장이 서초구청장 재직 때 동생이름을 빌려 아파트 상가를 특혜분양 받은 혐의로 21일 검찰에 연행돼 철야조사를 받은 사실은 그 동안 사정의 칼날을 비교적 잘 피해갔던 서울시를 한 순간에 긴장시켰다. 그렇지 않아도 고위간부 수명이 내사 받고 있다는 뒤숭숭한 소문이 돌고있는 터라 서울시는 이 사건을 본격 사정이 시작된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며 전전긍긍했던 것.
결국 황 국장은 직무상 비리가 드러나지 않아 풀려났지만 문제는 황 국장이 검찰수사관에 의해 사무실에서 강제연행 될 때까지 서울시 간부 누구도 몰랐다는 점이다. 고급간부를 연행하면서 관례에 어긋나게 사전연락조차 없었던 검찰을 원망하기 전에 행여나 그러한 일들이 평소 서울시를 대하는 다른 기관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지는 않나 곰곰 따져봐야 할 것이다.
19일 서울시는 산하기관인 시설관리공단 영업이사에 관련단체인 나라사랑실전운동본부(나사본)의 사무차장인 김극기씨를 임명했다
처음에는 인사이유로 김씨의 경력을 거론하며 『행정보다는 전문경영인으로서의 경험을 고려한 것 하라고 강변했으나 한 고위관계자는 뒤늦게『세상에 원리원칙대로 되는 일이 있느냐』며 상급기관의 청탁에 의한 외압인사임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외풍이 통해왔던 고질적인 낙하산 인사의 구태가 되살아난 것이다.
21일에는 40여명에 이르는 과장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요직으로 알려진 감사담당관에 청와대 사정팀의 이룡재씨를 임명했다.
이 또한 청와대측 요청에 의한 것임을 고위관계자는 암시했다.
조직 축소로 가뜩이나 승진기회가 줄어든 내부 공무원들의 불만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위에서 내려온 인사청탁이 받아들여지는 기관이라면 조직의 활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나 하나는 사소해 보이는 이러한 일들이 계속될 경우 서울시의 제자리 찾기는 요원하지 않겠는가. <김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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