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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외국 손님 예약 저조 "집안 잔치" 우려|관광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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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내달 7일부터 11월7일까지 대전 대덕 연구 단지 도룡 지구 갑천변에서 3개월 동안 펼쳐질 대전 엑스포는「세계를 한곳에」 모아서 「미래를 한눈에」 보여주겠다는 표어가 시사하듯 자못 거창한 행사다.
대전 엑스포 조직 위원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참가를 통보해온 국가는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1백12개국. UN 등 23개의 국제기구 참가가 확실시되고 삼성·현대 등 국내 8대 기업과 포항제철·한국통신 등 4개 공기업들이 참여해 자존심을 걸고 첨단 기술 경연을 펼친다. 과학과 기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펼쳐 보이며 상상의 세계를 현실로 끌어당기고 세계 각국의 전통 민속과 정상급 예술을 보여주는가 하면 각분야의 국제 대회를 곁들이는 과학·문화·경제의 종합 올림픽을 치르게된다.
그러나 국내 관광·여행 업계에는 개발도상국에서 엑스포를 세계 최초로 치른다는 자랑스러움보다 『과연 잘될까』라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엑스포의 최대 관심인 관광객 유치작전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관광 업계의 추산에 따르면 개막까지 보름 남짓 남은 현재 엑스포 지역 방문을 희망하는 외래 관광객 예약 숫자가 20만명 안팎으로 유치 목표 50만명에 훨씬 밑돌고 있고 상당수가 초청 인사 뿐이어서 관계 당국은 몸이 달아 있는 상태다. 특히 전체 목표의 50%이상을 예상했던 일본의 반응이 극히 저조하고 국제적 불황이 겹치면서 예상을 빗나가고 예약률이 제자리걸음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엑스포 관광객 유치가 이처럼 저조한 까닭은 대전 엑스포가 국제 엑스포 기구 (BIE)의 본래 스케줄에 들어있던 종합 박람회가 아니라 우리 정부의 긴급 요청에 의해 갑자기 끼어 들어간 특별 박람회인데다가 불과 3년 전인 90년에야 파리 총회에서 사후 공인 받아 대회조직위원회의 구성과 준비 기간이 짧았기 때문. 또 뒤늦게 구성된 조직위원회도 국제 홍보 경험이 적은 공무원들로 구성돼 결과적으로 엑스포 조직위의 대외 섭외 능력 부족을 초래했고 홍보 전략마저 빗나가 행사를 앞둔 조직위를 초조하게 하고 있다.
더욱이 행사 지역 숙박료는 평소보다 두배나 급등했으며 숙박 시설이 크게 부족한데도 조직위의 안일한 생각과 사전 조정이 미숙해 여행 경비가 비싸졌고 엄청난 돈을 들여 개발한 행사들이 제대로 관광 상품화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가장 많이 방문하리라 예상되는 일본과 중국이 아직도 적지 않은 변수와 문제를 안고 있어 조직위의 애간장을 태운다. 70년 오사카에 이어 75년 오키나와, 85년 쓰쿠바 박람회 등 세차례나 박람회를 개최하여 톡톡히 재미를 본 일본은 오는 2005년 나고야 박람회를 또다시 계획하는 등 엑스포 행사에 익숙한 실정. 대전 엑스포의 성공 여부가 자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의식, 애써 무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태고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중국은 최근 실시된 단체 관광객의 여행사 3천만원 보증금제 실시 등으로 여행 경비가 급등하자 자국민의 차별 대우를 들어 강력치 반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직접 투자와 기반 시설 비용을 포함, 무려 1조7천억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이 투자된 엑스포 행사가 자칫 동네 잔치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업계의 분석에 의하면 일본을 비롯, 구미 선진국에는 여행 예약제가 정착돼 있는 점을 감안해 수년 전부터 홍보를 시작해야 하고 무사증 입국 등 관광 정책이 반영된 패키지 상품 팸플릿이나 브로슈어 배포가 적어도 2∼3년 전에는 끝나야 하는데도 해외 홍보가 늦어져 일본·미국 등 주요 대상국의 국제 관광 전문가들까지도 엑스포 개최 사실을 모를 정도라는 것.
물론 엑스포 조직 위원회는 엑스포 홍보 사절과 미스 관광을 동원한 사절단을 편성, 지난 4월과 5월중 동남아와 북미주 일대를 긴급 순회했고 7월중에 추가로 동남아와 유럽 지역에 사절단 파견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뒤늦은 국제 홍보라는 지적이고 사절단 파견도 도쿄와 홍콩·싱가포르·방콕 등 대도시 순회에 그쳐 엑스포가 산업 박람회라는 점을 의식한 산업 도시나 공장지대·관련 업계에 비중을 두는 전략적 측면에서도 낙제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 여행 상품도 유흥 업소의 야간 영업 금지 등으로 나이트투어가 없고 레저·스포츠 등 어드벤처투어가 적은가하면 지적 소유권 선풍으로 이미테이션 상품이 줄어들면서 쇼핑 매력이 격감되는 등 대외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고 상품 자체도 다채롭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엑스포 개막 시기를 무덥거나 비가 많이 오는 8월초에 내륙 지방으로 개최지를 선택, 제주도·경주 등 국내 관광 명소와 연계해 방문 계획을 가졌던 일본인들도 하와이나 괌·푸켓·발리 등 태평양 지역의 시원한 비치로 발길을 돌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게 관광업계의 설명이다.
이처럼 관광객 유치가 어려워지자 교통부는 지난달 29일 장관 주재로 긴급 관광 산업 진흥 대책 회의를 개최해 일본인들의 무사증 입국 허용과 중국인들의 입국 절차를 간소화한데 이어 금명간 국무총리 주재의 관광 정책 심의 위원회를 열어 여행사의 보증 책임제를 조정하는 한편 관광 관련 규제 완화, 홍보 강화, 관광 특구 지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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