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발행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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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요즘은 현금을 많이 갖고 다니는 사람을 보기 힘들어졌다. 월급날이라도 두툼한 월급봉투대신 은행입금내용을 알리는 월급명세서 한장이 일반화 된지 오래고 백화점으로 쇼핑 가더라도 신용카드 하나만 있으면 든든하다. 게다가 10만원짜리 자기앞수표가 거의 현금 역할을 하는 통에 지갑에 돈을 채우고 다닐 일이 별로 없어졌다.
화폐가 최근에 와서는 가치 척도나 지불 수단으로서보다 교환 수단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긴 하지만 이제 신용 경제 사회가 완전히 뿌리내리면 교환 수단으로서의 역할도 거의 잃게 될지도 모른다.
한국은행의 화폐 발행 통계에 따르면 민간부문과 은행이 갖고있는 현금을 의미하는 화폐 발행액은 지난 6월말 현재 10조1천70억여원 (잔액 기준)으로 전 국민에게 고루 나눈다면 한사람에 23만1천여원씩 돌아가는 액수다. 전 국민이 일시에 갖고 있는 부동산이나 금융 자산을 현금화할 까닭이 없으므로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얘기다.
현찰 가운데는 만원권이 전체의 85·5%(8조6천4백18억여원)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이며 다음으로 5천원권 3·1%(3천1백51억여원), 1천원권 5·4%(5천4백12억여원), 동전 5·1%(5천1백16억여원) 등의 순이다.
이 화폐 발행액의 연간 증가율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이같은 현찰 사용 감소 현상을 수치로 증명해주고 있다. 화폐 발행액의 증가율이 둔화된 데에는 최근의 낮은 경제 성장률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역시 주요인은 신용카드 사용 등 현금 수요가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화폐 발행액은 지난해말 현재 9조8천77억여원으로 그 전년 말보다 7·7% (7천54억여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화폐 발행액 증가율은 지난 89년 20·7%, 90년 21·1%에서 91년에는 10·6%로 뚝 떨어져 둔화세로 접어들었고 지난해에는 둔화 속도가 더 빨라진 것이다. <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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