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경찰관의 가슴 뭉클한 친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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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달 26일 오후8시15분쯤, 강원도 삼척시에서 동해시 방향으로 주행하다 갑자기 차도로 뛰어든 자전거와 충돌한 사고가 일어났다. 나는 즉시 자전거에 타고 있던 피해자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관할 북삼 파출소에 신고전화를 했다.
전화한 후 10분쯤 지나 한 경찰관이 법원에 나타나서는 우선 나를 위로하고 안심시켰다.
그리고 순찰차로 정중하게 사고 현장까지 데리고 가 상황을 파악하고 부담감이 일지 않도록 편안하게 진술서를 작성토록 했다. 그러고는 다시 나를 순찰차로 병원까지 바래다주었다.
다음날 서울에 올라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여관에 가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편히 쉬라며 웃는 얼굴로 위로하던 약간은 촌스러운(?), 그러나 순진하고 믿음직한 방대원 순경을 만났던 기억은 지금도 새삼스럽다.
다음날 오전7시30분 현장검증을 위해 피해자 측과 함께 파출소에 도착했다. 방 순경은 의자에 앉은 채로 책상 위에 머리를 대고 졸다가 우리가 들어서자 짜증 한마디 없이 밤새 잘 잤느냐는 안부인사를 잊지 않았다.
세수도 못하고 순찰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던 모습, 현장 검증이 끝나자 신속한 처리를 위해 자동차등록증·면허증을 이른 아침에 복사하려고 동해시내를 30분 동안이나 찾아 헤매던 방 순경의 모습은 잊혀지지가 않는다.
기어이 구비서류 사본을 복사한 뒤 이젠 안심하고 서울로 올라가라며 조심운전을 당부하던 방 순경. 그는 내가 경찰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견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심창식<서울 송파구 방이동<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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