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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 전문” 표방/기업 움직임 부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신한·대신·동양 그룹등 관심/자본력·노하우 축적이 관건
우리나라에도 금융재벌이 탄생할 수 있는가.
최근 금융산업 개편과 대기업 경제력 집중 분산책으로 정부가 금융전업 기업군을 육성한다는 방침을 천명하자 자칭 타칭 금융그룹을 표방하고있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부산해지고 잇다.
금융전업기업군이란 말 그대로 제조업 위주의 산업자본과 소유상 분리된 금융자본을 키우겠다는 발상에 기초한 것으로 은행·증권사들을 기반으로 다양한 영역의 금융기관을 자회사형태로 소유하며 금융업만을 다루는 기업집단을 말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와 자본 형성과정 등을 볼때 순수한 금융자본이 독립적으로 등장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지난 82년 설립이후 7개의 계열회사를 세우며 지난해 유러머니지가 선정한 세계 5백대 은행중 1백80위에 오른 신한은행은 금융업의 장자라는 은행업의 장점을 살리며 신한생명·신한리스·신한증권·제일투자금융 등 계열회사를 거느려 비교적 구색을 갖춘 간판급 금융전업기업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대신증권을 근간으로 하는 대신그룹도 최근 금융전업을 표방하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62년 설립이후 80년대 증시호황을 타 급속한 성장을 이룬뒤 86년 개발금융을 시발로 생보사·투자자문사 등을 잇따라 설립,7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집단으로 커진 대신그룹은 해외업무·전산업무 등에서 축적된 노하우로 금융업에서 한판승부를 걸겠다는 경영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밖에 고려증권·장기신용은행 등도 몇개씩의 금융분야 계열회사를 거느려 관심의 대상이 되고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기존 은행권 등도 최근 한일은행이 종합금융연구소를 세우는가 하면 제일은행이 상업증권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기회선점 경영」의 기치를 들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은행 소유지분의 분산과 더불어 부실채권·인사 등의 경영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순수한 금융자본의 대두를 기다리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한편 92년 외형기준으로 재계 21위의 동양그룹도 최근 금융분야의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는데 증권·투자금융·생명보험외에 동양선물을 설립,차세대 금융기법에서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투자에 역점을 두는 동시에 카드·리스에의 진출도 고려하는 등 현재현회장 취임이후 금융분야에서 활발한 영역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분야와 금융업분야의 비중이 엇비슷해 과연 과감하게 제조업분야를 정리하거나 분리하고 금융자본으로 전업할 수 있을지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있다.
금융전업기업군의 육성은 특히 신경제에서 강조되고 있는 명제중의 하나다. 그러나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어서 금융개방의 진전과 함께 앞으로 외국금융기관들과의 경쟁까지를 염두에 두어야 하므로,금융환경의 개선과 함께 자본을 키우고 전문 노하우를 쌓아가는 먼 길을 가야만 비로소 하나의 금융자본이 형성될 수 있다.<홍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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