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없는 U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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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 버펄로에서 벌어지고 있는 젊음과 지성의 축제인 여름유니버시아드의 대회과정을 지켜보면서 한심하고 착잡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번 대회는 1백23개국에서 6천7백37명의 선수가 출전하는 대규모 스포츠행사.
그러나 대회조직위 측은 무성의·무관심으로 일관, 각국 선수단의 반발과 불평이 잇따르고 있다.
우선 선수촌과 훈련장을 연결하는 차량의 수송이 너무 빡빡해 융통성이 없다.
더운 한낮을 피하거나 좀더 훈련하기 위해 출발시간을 늦추려해도 용납되지 않는다.
또 뉴욕주립대 기숙사를 선수촌으로 사용하고 있는 각국 선수단은 정해진 식사시간(2시간 )을 어기면 식사제공이 끊겨 훈련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등 애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식사공급 제한과 관련해 각국 선수단이 단장회의를 소집, 조직위에 강력 항의했으나 개선이 안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각국 선수단은 자구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으며 한국선수단은 대부분 식사를 별도로 해먹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5년만에 찾아왔다는 이상 더위로 선수들이 냉방시설이 안된 기숙사에서 밤잠을 설쳐 컨디션 관리에 애를 먹고있다.
그런가하면 통신시설도 엉망이다. 선수촌의 한국선수단에는 전화시설이 안돼 있어 긴급히 구한 핸드폰 한대로 외부와의 통신을 의존하고 있다.
기자들의 송고도 마찬가지. 시내 중심가인 시청근처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는 워드프로세서 통신시설이 없어 송고를 위해 주변 공중전화나 숙소호텔의 팩스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선수촌·프레스센터에는 전산망이 전무, 각국의 종목별 훈련·경기상황을 알아볼 도리가 없다.
또 어떤 수준의 선수가 출전했는지조차 오리무중이다.
일례로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첫 경기를 갖는 한국 축구 감독은 경기를 하루 앞둔 6일 남아공의 훈련장소와 시간을 찾아 헤맸으나 조직위 측도 알 수 없다는 답변뿐이어서 속을 끓게 했다.
1901년 만국박람회 개최 이후 최대규모의 국제행사를 개최하는 버펄로 시내에는 그 흔한 플래카드 하나 없고 시민들의 무관심도 절정에 달하고 있어 어리둥절할 뿐이다. 【버펄로=방원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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