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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의원 눈에 비친 “구태”/노재현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지난 2일 문을 연 임시국회에서도 우리 국회의 고질병들이 재연됐다. 배역과 「개혁국회」라는 타이틀만 새로웠을 뿐 대사나 연기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3일 본회의에서는 장내·장외 곳곳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들이 벌어졌다. 여야 당직자간에 『한방에 보낼수 있다』(황명수 민자당 사무총장) 『정서불안 노인의 망발』(박지원 민주당 대변인)같은 벌거벗은 언사들이 오갔다. 바로 전날 의원선서를 마친 재선의원(심형식)은 남의 발언원고를 흩뜨려놓고 심야의 취객처럼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신성한 본회의장을 마당삼아 돌아다녔다. 이틀간의 본회의 풍경에 대해 5일 초선의 이용삼의원(민자)에게 소감을 물어보았다. 이 의원은 지난 6·11보궐선거에 당선해 2일 최욱철·심형식·이재명의원과 함께 본회의장에서 선서를 한 신참의원이다. 그는 여당의원이라는 처지 때문인지 강한 자기주당은 피했다. 대신 『옛날 하급공무원신분(수산청 주사)으로 국회를 드나들며 많이 보았던 장면들을 이번에는 의원석에 앉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선배의원들이 부끄러워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 의원과 같은 입장인 최욱철의원(민주)에게도 물어보았다. 최 의원은 『심형식의원(민자)이 좀더 점잖은 방법을 취하지 않고 단상에까지 나가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같은 날 보궐선거에 함께 당선한 사람으로서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 김종필 민자당대표를 비판하면서 퇴진 용의를 물은 이부영 최고위원(민주)에 대해서도 『질문내용에 공감하지만 어찌됐든 여당의 대표인데 너무 직설적인 표현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구 승계로 갓 등원한 이재명의원(민자)은 『아직 잘 모르겠다. 선배의원들이 많아 있는데 무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의견표명을 자제했다. 표현방식은 달랐지만 처음 겪은 이틀간의 본회의 모습에 적이 실망한 기색을 읽을 수 있었다.
개혁을 표방하는 국회라면 다른 건 몰라도 우선 물리적 실력행사 만큼은 철저히 추방하고 더불어 「바른말 고운말」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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