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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구설에 곤혹스런 JP/바람잘날 없는 「민자 2인자」 주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병풍파동 뒤어어 전력시비… 안팎 소용돌이/본인은 끓는 속마음 누르고 소이부답 일관
최근들어 김종필 민자당 대표측 분위기를 설명하려면 「바람잘 날이 없다」는 표현이 적당한 것 같다.
80년 신군부에 의해 국가헌납 형식으로 빼앗긴 대원군 난병풍의 행방시비에 휘말려 있는 데다가 민주당 이부영의원으로부터 3일 국회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유신본당」 「제2의 이완용」이란 공격까지 받았기 때문이다.
김 대표 자신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특별히 드러난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부질없는 논쟁과 시비에 귀가 있어도 듣지않고,입이 있어도 말하지 않겠다는게 김 대표의 자세』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 대표는 다만 난병풍 행방이 시비거리로 번지는데는 다소 불쾌한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2일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설때 어떤 기자가 난병풍 이야기를 꺼내자 김 대표는 『할일이 없으면 잠이나 자라』고 쏘아 붙였다.
김 대표는 그러나 3일 민자당 당직자들이 미리 입수한 이부영의원의 질문원고에서 김 대표 부분을 발견,민주당측에 삭제를 요구하는 등 강경대응을 했지만 정작 본인은 입장이나 심정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김 대표가 난병풍시비에 불쾌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 자신의 발언취지가 잘못 전달된데 이어 일부 언론이 흥미위주로 다루기 때문이라는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사실 김 대표가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난병풍 이야기를 꺼낸것은 어떤 의도가 있었다기 보다는 과거 이야기를 하던중 우연히 자신이 아끼던 소장품을 설명하면서 나온 말이었다.
김 대표은 70년대에 발간된 「JP칼럼」이란 책자에서 자신의 서재에 대원군의 난그림으로 만든 병풍과 액자로 된 김옥균의 음서편지가 함께 있다고 밝힌뒤 조선말기 개화파와 수구파의 갈등에 관한 느낌을 적은바 있다.
김 대표는 『난병풍이 누구집에 있든 문제삼지 않겠다』며 말을 끝냈으나 사태는 본인의 뜻과는 상관없이 5공 신군부의 도덕성과 김 대표가 난병풍을 입수한 경위시비 등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번져나갔다.
김 대표가 난병풍 행방이 시비로 비화되는 걸 못마땅해하는 이유중 하나는 가뜩이나 민주당 등 야권의 12·12 진상규명 요구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신군부인사들을 향해 자신까지 나서 돌팔매질을 하는 것처럼 비쳤기 때문이란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이 측근은 『김 대표는 이미 자신을 부정축재자로 단죄했던 신군부인사들의 행위는 괘씸하지만 용서해버린 입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같은 엉뚱한 곤욕속에 민주당이 3일 김 대표의 과거 전력을 문제삼기 시작했다.
『국무총리는 「제2의 이완용」으로 자처한 김종필대표를 집권당 대표에서 물러나게 하도록 대통령에게 건의할 용의는 없느냐』는 이부영의원의 질문이 바로 김 대표에 대한 민주당 공격의 핵심이었다.
질문시작전 이 의원의 원고에서 이같은 부분을 발견한 민자당 황명수 사무총장이 『그러면 민주당 이기택대표를 한방에 날려 버리겠다』며 흥분하는 등 대부분 당직자들이 김 대표 보호(?)에 안간힘을 다했다.
김 대표는 겉으로는 태연했지만 이 의원이 질문할 때 본회의장에 앉아있지 않은 것으로 반응을 보였다.
측근들은 『한일국교 정상화와 유신을 소재로 김 대표를 공격하는 것은 김 대표 입장에서는 진부한 것』이라고 이 의원의 공격을 애써 평가절하했다.
그럼에도 한 측근은 『김 대표가 공격을 당하는것은 본인은 물론 측근들의 입장에서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야당의 공격이 궁극적으로 「생채기 내 쫓자」는 쪽임을 알고 있는 김 대표는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겉으로는 「소이부답」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이상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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