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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간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문>6세 된 남아의 어머니다. 갑자기 애가 의식을 잃고 넘어져 팔다리를 떠는 증세를 보여 병원에 가니 간질이라 한다. 약을 먹고 치료를 받으면 정말 공부하거나 사회 생활에 지장이 없는지 알고 싶다.

<답>간질은 흔히 「지랄병」이라 불리는 등 예로부터 귀신들린 병으로 부당한 취급을 받아온 질환이다. 그러나 간질은 일반인들이 알고있는 것처럼 결코 정신병이 아니다. 또 유전병도 아니므로 부모들이 불필요한 죄의식을 가질 이유도 없다. 간질환자의 지능이나 인격도 정상인과 하등 다를 바 없으며 인류 역사에서 나폴레옹, 헨델, 도스토예프스키 등 숱한 위인들이 간질환자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전 인구의 1%정도를 차지하는 간질환자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결혼, 취업 등 각종 사회활동에 제약을 받는 것은 간접적인 인권 유린이라 할 만하다.
간질은 주로 사춘기 이전에 시작되며 발작증상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나뉘다. 뇌파검사가 가장 유력한 진단 방법이긴 하나 발작 당시 증상이 유형별 진단에 매우 중요하므로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 의사에게 발작 양상을 정확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
간질 환자의 발작이 일어날 때는 당황하지 말고 억지로 몸을 잡아끌거나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다만 숨쉬기 쉽게 입안의 분비물을 제거하고 주변의 다치기 쉬운 물건들을 치우도록 한다.
간질은 대뇌 기능이 정상보다 항진돼 생기는 것으로 여겨지나 아직 정확한 원인은 모르고 있다.
간질은 그 질병의 성격상 단숨에 완치시킬 수 있는 병이 아니라 적절한 약물을 처방 받아 꾸준히 치료하며 다스려야 하는 병이다.
약물치료를 받다가 조금 좋아지니까 임의로 약을 끊거나 외부에 알려질 것이 두려워 음성적인 방법으로 치료하게 되면 간질 발작이 갑자기 악화되어 나타나 다시 병원 응급실을 찾는 환자도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대개 4년 정도 치료하면 85%에서 더 이상 약물치료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치료가 가능하며 이 기간 중에는 보통 3개월마다 병원을 찾아 약물의 양을 적절하게 조절해 주어야 한다. 물론 간질 환자에게 수영, 운전, 자전거 타기 등은 금물이다.<정리=홍혜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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