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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는 맛 내던진 DJ 이숙영|발랄 「FM 대행진」서 점잔빼기 변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어쨌든 튀는 여자』이숙영이 요즘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오전7시부터 시작되는 KBS-2FM『FM 대행진』진행자로 명랑한 목소리와 스튜디오 안에서 보이지 않는 춤과 함께 들려주는 경쾌한 음악을 통해 아침 출근길 청취자들을 사로잡던 신세대 DJ, 그 이숙영이 요즘은 특유의 농담도 잊은 채 점잖은 분위기를 연출해 내고 있어 그녀의 튀는 맛을 즐기던 팬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지난 86년부터 『FM 대행진』을 맡아 오고 있는 이숙영은 재기 발랄한 유머와 제한 없는 이야기 소재로 청취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아침 시간대 최고의 음악프로그램 DJ로 떠올랐다. 특히 출근길 자가운전자들에 초점을 맞춰 교통체증이 주는 스트레스를 확 풀어주는 음악프로로 이미지를 굳혔다.
이숙영의 경기여고·이화여대 선배이자 이 프로 담당PD인 송연호씨(42)는 『당시 진행방향은 짜증나는 도시에 편안함과 즐거움을 주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숙영은 이 프로를 진행하면서 TV토크쇼에 출연해 『FM 대행진』을 진행하면서 자신이 틀어주는 음악에 맞춰 스튜디오에서 춤을 추는 장면을 공개, 『별난 DJ도 다 있다』는 반응을 얻는 등 자신이 쓴 책의 제목 『어쨌든 튀는 여자』처럼 신세대 DJ라는 평을 얻었다.
이 같은 이숙영이 최근 점잔을 빼게된 데는 MBC의 공략이 주효했던 것 같다. MBC-FM은 대항프로인 『FM모닝 쇼』진행자 유열을 6개월만에 하차시키고 배우겸 탤런트로 인기를 얻고 있는 김현주를 지난 4월 전격 기용했다.
유열도 차분하고 분위기 있는 진행으로 적지 않은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었으나 이숙영의 튀는 맛에는 당할 수 없어 더 튀는 여자 김현주를 스카우트한 것이다. 이숙영(35)에 비해 젊은 김현주(30)는 프로를 맡자마자 발랄한 진행으로『FM 대행진』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FM모닝쇼』의 담당PD 김정수씨는 『김현주의 기용으로 밀리던 청취율을 다양한 층에서 만회하는데 일단 성공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현주의 발랄함과 영화배우·탤런트 등으로 확보하고 있던 인기가 비교우위였던 것 같다.
그러나 KBS의 송PD는 이숙영의 변신에 대해 다른 이유를 제시했다.
『쉴새없이 튀는 것은 청취자들에게 일종의 권태감을 주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하면서『이숙영의 해박한 지식과 감수성을 이용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로 방향전환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취자들이 20∼50대로 폭이 넓고 시사정보에 대한 욕구가 높다는 것도 이숙영을 점잖게 만든 이유라는 것이다. 송PD는 『앞으로 방송내용에서 시사쪽을 강화하고 차분하고 지적인 분위기로 MBC와 차별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MBC의 김PD는 『이숙영이 사무·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반면, 김현주는 다양한 층에 골고루 파고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지금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선곡에 더욱 신경을 써나갈 방침』 이라고 밝혔다.
꼬리 내린 이숙영의 변신이 과거의 인기를 되돌려 줄 것인지는 좀더 지져봐야 할 것 같다.<김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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