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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대로 검정… 사실 근접/일 내년 고교교과서 「정신대」 수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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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인접국 요구 반영 개명·징용도 상술/「침략」을 「진출」로… 아직도 일부 문제
내년부터 사용될 「고교일본사」 교과서가 모두 현재 한일과거사 문제 해결의 초첨이 되고있는 종군위안부 문제를 다뤘다. 종군위안부 문제 이외에도 창씨개명,일본어 교육강요 등 황민화정책,징용,토지조사 사업 등 군국주의 일본의 식민지 탄압이 사실과 가깝게 취급됐다. 일본 문부성은 교과서 검정과정에서 일부 수정의견을 내기도 했으나 대부분 원본대로 검정을 마쳤다.<표참조>
일 정부가 이처럼 교과서 검정과정에서 정신대 기술내용을 수정없이 통과시킨 것은 한국 등 인근 아시아국가의 반발과 일부 양식있는 일본인들의 끊임없는 투쟁의 결과다. 일본은 지난 82년 아시아 침략부분에서 침략을 진출로 고치도록 지시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심한 반발을 샀다. 또 일부 학자들은 문부성 검정이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법원에 제소했다. 아직도 일부 소송이 계속되는 등 교과서 검정이 말썽이 되자 문부성은 교과서 검정기준을 완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문부성은 결국 교과서 검정기준에 「근린 아시아제국과 관련된 근·현대사를 다룰때 필요한 배려를 할 것」이란 조항을 추가했다. 일 문부성의 교과서 검정은 검정이 행해지는 시기의 내외정세와 정치적 상황에 따라 좌우된다. 지난해 검정을 마친 중학교 역사교과서에서는 과거 식민지 지배,아시아 침략부분과 일본의 자위권에 관한 부분이 눈에 두드러졌다. 90년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일본에서 과거에 대한 책임문제가 클로스업되자 중학교 교과서들에 집필되기 시작했다. 집필자들이 당시의 국제관계와 사회적 분위기를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검정을 마친 고교교과서 12종류가 적든 많든 모두 종군위안부 문제를 언급한 것은 지난해부터 종군위안부 문제가 한­일간 현안의 하나로 등장한 사실의 반영으로 봐야할 것이다. 종군위안부에 대한 자료가 속속 밝혀지고 개인적으로 종군위안부 출신들이 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문제가 되어왔다.
일 문부성은 이번 검정에서 「조선 혹은 대만·필리핀 등에서는 17∼18세의 여성들이 정신대라는 이름으로 모집돼 일본군의 종군위안부로서…」 부분에 대해 연령을 쓰는 것은 좀 뭣하고 정신대와 종군위안부는 다르다며 연령과 정신대부분을 삭제하도록 요구했다. 또 종군위안부 숫자를 10여만명이라고 표기한 것도 숫자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많은 수」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고치도록 했다. 한편 아직도 조선침략을 조선진출로 표기하는 등 우리 눈에 거슬리는 점들이 눈에 띈다. 그러나 이는 일 문부성의 검정 때문이 아니라 이를 집필한 필자의 견해다. 한국과 일본 사학자들 사이에는 아직도 상당한 인식의 차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서서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분명한 것은 일본 정부가 교과서에서 침략부분을 감추려하지는 않고 있는 점이다.<동경=이석구특파원>
□9개 역사교과서 정신대 기술내용
●실교출판(일본사B)
다수의 여성이 종군위안부로서 중국과 필리핀·인도네시아전선이나 오키나와(충승) 등에 연행돼 일본전쟁의 희생이 됐다. 종군위안부에 일본군이 관여했다는 것을 나타내주는 공식기록이 확인돼 다시 일본군의 비인도적 행위가 명백해졌다. 1992년 1월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 총리는 처음으로 대한민국 국회에서 연설을 통해 『…최근 소위 종군위안부 문제가 문제가 되고 있으나 실로 마음이 아프며 진정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서적(신판 고교일본사)
조선 또는 대만·필리핀 등에서는 다수의 가난한 여성들을 모아 일본군의 종군위안부로서 중국전선 등에 보냈다.
●삼성당(명해 일본사A)
조선에도 징병제가 시행되고 있으며 여성도 정신대로 모았으며 다수의 여성이 종군위안부가 됐다.
●제일학습(고교 신일본사B)
(각주로) 종군위안부로 연행된 여성도 있었다.
●청수서원(신일본사A)
조선과 대만에서는 황민화정책이 한층 추진됐으며 그위에서 징병제가 도입됐다. 또 여성중에는 종군위안부로서 일본군에 연행된 자도 있다.
●자유서방 고교 신일본사(B)
(조선에서는) 1943년에 징병제가 실시돼 많은 사람들이 전선에 보내졌다. 또 노동자·종군위안부로서 전선에 동원된 사람들도 있다.
●산천출판 현대의 일본사(A)
(각주로) 1943년 조선에서,1945년에는 대만에서 징병제가 적용돼 조선·대만인들도 전장에 억지로 끌려갔다. 여성중에는 전지의 군위안시설에서 위안부노릇을 하게된 자도 있다.
●상설일본사
(각주로) 조선·대만에서도 징병제가 실시돼 조선·대만인들도 일본군으로 충원됐다. 여성중에는 전지의 군위안시설에서 위안부 노릇을 하게된 자도 있다.
●일본의 역사
(각주로) 조선에서는 1943년,대만에서는 1945년에 징병제가 실시됐다. 또 여성의 경우 전지의 군위안시설에 위안부노릇을 하게된 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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