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왜 콜금리 두 달 연속 올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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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두 달 연속 인상된 콜금리에 대한 시장 반응은 일단 ‘충격적’이란 것이다. 우선 금융통화위원회가 두 달 연속 콜금리를 올린 사례가 없었다. 또 금리를 추가 인상할 정도로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았고,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도 가시지 않은 상황이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시장 참가자들의 대다수가 금리동결을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런 기대를 깨고 금통위가 전격적으로 콜금리를 올린 데는 이성태 한은 총재의 ‘뚝심’이 한몫했다. 이총재는 그간 콜금리 인상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여 “배짱이 부족한 것 아닌가”란 비판을 들어 왔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금통위에 참석했던 한은 관계자는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이 총재의 소신이 먹혀들었다”며 “그 때문에 이번 금통위 회의에선 별다른 논쟁 없이 금리인상이 결정됐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넘쳐나는 시중 돈이 이미 ‘발등에 불’이 됐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더 방치했다간 경제 거품이 통제 불가능해지는 만큼 이번에 금리인상을 밀어붙였다는 얘기다.

 여기엔 또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도 일조했다. 최근 경기가 눈에 띄게 회복세를 보이는 만큼 금리 0.25%포인트 인상 충격은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 또 전날 남북 정상회담 성사 소식도 응원군이 됐다. 정상회담이 금리인상에 따른 경제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당장 유동성 감소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리서치센터장은 “유동성 증가 문제는 국내 상황 이외에 해외에서 밀려오는 자금처럼 국제적 경제 상황과 맞물려 있다”며 “금리인상으로 유동성이 줄 수는 있겠지만 효과는 생각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도 그런 한계를 인정한다. 그러나 당장은 아니더라도 효과는 나타날 것으로 자신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유동성 증가는 물론 감소도 상당히 오랜 시간을 거쳐 발생한다”며 “3년간 콜금리를 7번 올렸으니 시간을 두고 그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도 여전하다. 올해 2분기 실질 국민총생산(GDP)은 2005년 4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민간소비와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세는 둔화됐다.

삼성경제연구소 장대철 수석연구원은 “금리인상이 좀체 살아나지 않고 있는 소비를 더 위축시킬 수도 있다”며 “가계 부담의 증가가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면 목표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추가 금리인상은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금통위는 회의 종료 후 발표한 ‘통화정책 방향’에서 “이번 콜금리 인상으로 금융 완화의 정도가 크게 축소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콜금리를 또 올릴 여지가 많이 줄었다는 얘기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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