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수호』명예 되찾아주오"|「6·25 파월 전상동지회」간사 금성지구서 부상-정성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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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전쟁이 끝나고 4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정부의 전상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비록 조국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싸우다 몸을 다쳤지만 떳떳한 생활인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호국6·25 파월전상동지회의」책임간사 정성표씨(58)가 6·25발발 43주년을 맞아『역사의 그늘아래 가리워진 전우들의 명예를 찾아달라』고 애타게 호소하고있다.
「호국6·25 파월전상동지회의」는 말 그대로 6·25와 베트남 전쟁당시 대한민국 군인의 신분으로 전쟁터에 나섰다가 부상한 군인들의 모임. 전국 2백40개 지부에 3천7백여명이 가입돼 있다.
88년 모임이 결성된 이후 줄곧 전상자의 처우개선을 촉구해온 이들은 문민정부 출범 후 처음 맞이하는 6·25 43주년을 전상자 명예회복의 전환점으로 만들겠다고 아픈 상처를 딛고 다시 일어섰다.
전상동지회의는 28일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전상자 위상정립 및 처우개선 촉구대회」를 열 예정.
이날 전상동지회의는 대통령 및 국회의장에게 보내는 무공훈장 청원서를 채택하는 한편 93년 연금인상 등을 정부측에 촉구할 계획이다.
정씨는 『지난 40년을 뒤돌아보면 상이군인은 생계대책이 막막해 구걸·행패로 자학적인 삶을 이끌어 나가거나 한때는 군사정부에 이용당해 정치폭력 집단으로 오해를 사는 등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측면이 적지 않았다』면서 『이는 스스로 권익향상에 무지했던 상이군인과 전상자의 생활안정에 무관심한 채 정치적으로만 이용하려했던 군사정부가 함께 빚어낸 역사적 비극』이라고 말했다.
전상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선 우선 6·25전상국가 유공자에게도 무공훈장을 수여해야 한 다는 게 정씨의 주장.
그는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내걸고 싸우다 전사하거나 전상 당한 군인들의 회생과 공헌이 단지 시일이 지나 공적을 가릴 수 없다는 이유로 외면 당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무공훈장을 수여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씨는 또 『현재 월40만원 이하의 연금으로는 자녀결혼비용 등 쪼들림을 면할 수 없어 전상후유증을 안고있는 정년퇴직자에겐 비현실적인 대가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전상자가 생활인으로 자립, 긍지를 갖고 살아가기 위해선 현재의 연금제도를 개선하거나 자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배재중 재학 중 17세에 입대해 6·25때 금성지구 전투에서 고막파열상과 하복부 파편 상을 입고 제대했다.
오른쪽 청각신경이 살아있어 보청기의 도움으로 생활하고 있는 그는 『절단 된 팔다리의 뼈가 자라는 바람에 40년간 3∼4차례의 재 절단·봉합수술을 거듭하고도 후유증이 남아있어 송곳으로 통증부위를 찌르며 살아가는 전우가 있다』면서 『전상자에겐 세월이 약이 아니라 정당한 보상만이 가장 올바른 치유책일 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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