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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스포츠 청량음료 "봇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청량음료 업계가 춘추 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지난해를 고비로 콜라·사이다 등 탄산음료를 축으로 짜였던 업계 구도가 철저히 무너지고 이제는 주스류·스포츠 드링크·식이 섬유음료·캔 커피·냉 홍차 등 새로 등장한 각종 음료들이 뒤엉켜 열띤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 향상으로 건강 지향 붐이 일면서 탄산음료에 대한 기피현상이 커진데다 개성·다양성·감각적인 취향과 욕구를 갖고 있는 신세대들이 새로운 수요층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가급적 몸에 좋은 것을 찾는 소비자들의 인식은 스포츠음료·식이 섬유음료 등 기능성음료의 성장을 가져왔고『남들이 마시니까 마신다』가 아니라 『남들이 안 마시니까 마신다』 는 신세대의 등장은 음료시장의 다양화를 가속시켰다.
실제로 지난해 탄산음료의 매출액은 6천8백49억원으로 주스류(6천9백20억원)에 1위 자리를 빼앗겼으며 올 1·4분기에도 타제품들이 성장추세를 보인 것과는 반대로 사이다는 24·1%, 콜라는 8·7%의 물량감소를 감수해야 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물량기준으로 답보상태를 보여 완전성숙기 시장의 기미를 보인 청량음료 업계는 이 같은 추세가 시장 성장의 새로운 돌파구로 인식하고 있으며 일반식품·제약·유업체는 불론 다국적 기업까지 이를 음료시장 진출의 호기로 삼고 있다.
주스시장의 경우 해태가 선키스트, 롯데칠성이 델몬트 오렌지 주스를 내놓으며 지난해 15%의 성장률을 보였다.
올 들어 롯데칠성 측은 좀더 고급화된「프리미엄주스」를 중심으로 가정주부들을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전략인 반면 해태 측은 신세대들을 겨냥, 사과주스·멜런주스·레먼 주스까지 잇따라 내놓고 있다.
매일유업도 최근 「썬엎오렌지 1백」제품을 내놓고 저온 살균방식을 내세워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고 남양유업·서울우유 등도 주스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52%의 성장에 이어 올해도 27%의 성장률로 1천 7백억원의 시장형성이 예상되는 스포츠 음료시장도 올 여름 롯데칠성·해태음료·코카콜라·정식품 등이 잇따라 신제품을 내놓는 등 이미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신세대들의 간편함 추구성향과 「날씬해진다」는 기능으로 지난해 20%대의 성장을 이룩한 캔 커피와 식이 섬유음료도 올들어 5개 업체가 추가로 시장에 참여,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올 여름 신세대를 중심으로 가장 급성장 할 것으로 예상되는 냉 홍차 음료도 올해 초 코카콜라가 네슬레와 손잡고 「네스티」를 내놓은 데 맞서 매일유업이 유니레버와의 합작생산을 통해 지난달 「립톤아이스티」를 내놓았으며 롯데칠성도 자체적으로「실론티」를 개발, 다음달부터 시판할 계획이다.
각 업체들은 그러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부담보다도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다가도 쉽게 싫증을 내는 신세대들의 특성, 유명상표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 감소 등을 더 큰 부담으로 여기고 있다.
소비자들의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개발비와 시설투자비용, 광고·판촉 비를 들여 제품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상품수명이 짧아질 수밖에 없어 자칫 엄청난 피해를 볼 수 있으며 그렇다고 가만치 있으면 그대로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동안 사실상 생산자가 주도하던 청량음료 시장이 이제는 소비자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돌아선 셈이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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