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교육부에 드리운 그림자/노재현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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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1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는 대량 유급위기에 처한 한의대생 문제와 전교조 해직교사 복직방안을 다루었다.
회의는 내내 답답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교육부가 뾰족하게 내놓을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약사와 한의사간의 다툼에서 촉발된 한의대생 대량유급문제는 교욱부로는 사실 보사부의 「바가지」를 뒤집어 쓴 입장이다. 『보사부가 특단의 조치를 해주지 않는 한 학생들의 수업참여는 비관적이고,9개대학 3천여 한의대상의 유급도 불가피해 보인다(오병문 교육부장관)』며 울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갈수록 확산되는 사태에 짜증이난 민주당의원들은 『차리리 한의학과를 폐지하든지 아니면 약사법개정안을 포기하든지 양자택일해 답변하라』고 재촉해댔다.
민자당의 박범진의원도 『한의대생 대량유급은 새 정부의 국정수행능력에 불신을 초래할 중대한 사태』라며 『약사법 개정시 보사부로부터 사전협의가 있었는가』고 따졌다. 교육부를 안쓰럽게 생각했던지 조순형위원장은 『의원들의 열기는 좋지만 여기는 보사위가 아니니 질문을 교육위 사안에 국한해 달라』로 일방적 성토에 제동을 걸었다.
문제가 전교조로 옮겨지자 교육부는 더욱 난감한 처지가 됐다. 때마침 전교조의 복직추진위 소속 해직교사들은 이날부터 명동성당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한 참이었다.
『교육부는 복직문제를 해결할 의사도 없이 단지 여론무마용으로 전교조와의 실무회담에 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김원웅의원).
『부산고법 판결에도 단순 전교조활동은 해임사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해직교사를 조속히 복직시켜라』(장영달의원).
야당의원들의 질문에 대한 오 교육부장관의 답변은 『노력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는 요지였다. 오 장관은 나아가 『미발령교사가 많아 해직교사들의 2학기 복직은 추가정원이 확보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그는 『교원단체는 노조가 아닌 전문조직 형태가 바람직하다』고도 밝혔다. 오 장관의 얼굴에서는 취임초 장관실에서 역대 교육부장관중 최초로 전교조위원장을 만나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다짐하며 함께 카메라플래시 세례를 받던 때의 밝은 표정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회의가 끝난후 한 교육부관리는 어두운 표정으로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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