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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상륙 예술영화-관객호응 만만찮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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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몇년전만 해도 전혀 흥행을 기대하기 어려웠을 이른바 「예술영화」들이 최근 잇따라 만만치 않은 관객 동원을 기록하고 있다.
감독 재편집판으로 개봉된 이색적인 SF영화 『블레이드 러너』가 8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데 이어 빔 벤더스의 『베를린 천사의 시』는 5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들였다. 또한 영국 출신의 반골감독 닐조던의 『클라잉 게임』도 이미 13만명을 넘은 상태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다.
이 영화들은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블레이드 러너』를 제외하면 모두 영하를 개인적인 비전의 표현으로 생각하는 작가영화의 계보에 속하는 작품들로 통상적 상업영화와는 달리 흥행적인 고려를 별로 하지 않고 만들어진 영화들이다. 『블레이드 러너』의 경우도 비록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지긴 했지만 82년 미국에서 개봉될 당시 비관적인 미래사회의 묘사나 불가지론적인 세계관이 관객들의 거부감을 사 흥행에서 대실패를 맛보았던 작품이다.
이렇게 아트 필름들이 예상외로 높은 호응을 팬들로부터 받는 것은 미국영화 직배이후흥행작을 들여오기 어렵게된 영화수입업자들이 유럽영화 등 그동안 등한시해온 나라들의 영화를 적극 수입하게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비디오 보급으로 영화관객 중 예술영화의 고정 팬들이 급속히 늘어난 것도 이러한 영화들이 인기를 끄는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아트 필름의 흥행 성공에도 불구하고 이를 토대로 영화 관객들의 영화 독해력이 크게 높아졌다고까지 말하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아직은 지배적이다. 이러한 견해에는 영화사의 한 부분을 지탱해온 예술영화적 전통에 아직 우리 영화관객들이 그리 친숙하지 못하다는 것이 근거가 된다. 일부 영화의 성공은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완전한 이해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다분히 홍보나 기획의 승리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것이다.
아직도 국내시장에서 아트필름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벽이 적지 않다. 특히 고질적인 문제점중의 하나는 상영 횟수를 늘리기 위한 고려로 상영시간이 긴 아트필름은 아예 개봉을 기피하는 경향이 심한데다 억지로 잘라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도 대만의 양덕창이 만든 『고령가 소년살인사건』, 빔 벤더스의 『세상의 끝까지』같은 영화가 이미 수입됐음에도 3시간이 넘는 긴 상영시간 때문에 개봉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80년대 중반 이후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영화문화가 급속히 밀려들면서 일종의「문화적 소화불량」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 영화문화의 큰 문제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근 산발적으로 드러나는 아트 필름에 대한 높은 관심을 다양한 영화문화 확산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선 아트 필름 전용관 건립 등보다 적극적인 예술영화의 제도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임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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