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배운한 학생들이 풀어줬으면…”/충북대 30억 기증 신언임할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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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먹을것 안먹고 막일하며 모은돈/평소에도 고아·양로원 찾아 봉사
『먹을 것 제대로 못먹고 입을 것 아껴가며 모은 재산이지만 돈이 없어 못배우는 한을 품고 자라날 학생들을 생각해 내 놓기로 했습니다.』
한평생 외롭게 혼자 살아오면서 칼국수 한그릇 사먹을 돈도 아까워 하던 「억순이」 신언임할머니(62·청주시 남문로2가 1의3).
신 할머니가 자신의 「모든것」과 다름없는 30억원상당의 재산을 충북대에 기증한 16일 이택원총장을 비롯,50여명의 대학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옷깃을 여미는」 모습으로 신 할머니를 맞았다.
이날 신 할머니가 희사한 재산은 자신의 살림방 청주시 남문로2가 지하2층·지상3층에 연건평 1백39평의 건물.
신 할머니는 1932년 충북 청원군 오창면 성지리에서 가난한 농가의 9남매중 넷째로 태어났다. 빈농으로 먹을 것조차 제대로 마련할 수 없는 어린시절을 보냈던 신 할머니는 청주에서 주성국민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던 것만도 다행으로 여길 정도였다.
20대 초반에 청주에서 결혼한 신 할머니는 10여년간 자식을 얻지 못해 66년 이혼을 당해 친정에 기댈수도 없이 혼자 호구지책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이때부터 신 할머니는 참빗 등 봇짐장사에 나섰다. 바느질·부엌일 등 닥치는대로 품도 팔았다.
그러나 몸이 고단한 것은 참을 수 있었으나 혼자생활해야 하는 외로움만은 달랠길이 없었다. 몇년 뒤 재혼해 보았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남편과 갈라서게돼 아픔만을 가중시켰다. 이 가운데서도 이를 악물고 돈을 모았다. 구멍난 양말·숟가락하나 버리지않으며 알뜰히 저축해 갔다.
마음을 「쏟을곳」을 찾던 신 할머니는 이때부터 이웃으로 눈을 돌리게됐다. 양로원이나 고아원 등 불우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돌보는데 보람을 쌓아갔다. 그래서 청천의 양로원과 청주 현양원은 신 할머니에게 있어 외로울때면 찾아가는 사랑방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특히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 4명을 데려다 보살피다 그중 3명은 부모를 찾아주고 1명은 최근 결혼까지 시켰으며,지금도 혼자살면서 소년소녀가장 6명을 돌보고 있다. 신 할머니는 『지금 살고 있는 건물의 살림집을 정리하고 얼마간 남은 돈으로 조그만 아파트를 구해 살겠다』며 『학생들이 못배운 한을 대신해 열심히 공부해줬으면 더 바랄게 없다』고 담담히 소감을 말했다.
한편 충북대는 신 할머니가 기탁한 재산에 대한 사용계획을 아직 구체적으로 세우지 못하고 있으나 일단 장학금으로 조성,신 할머니의 뜻을 기릴 계획이다.<청주=안남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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