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본부장」일반직 보임은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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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직할시 민방위국 폐지 방침이 엉뚱하게「소방」을 흡수하여 축소시키고 민방위조직을 지방본부 단위로 확대, 개편하여 민방위 조직을 비대화하려는 시도로 변질되는 가운데 소방업무의 전문성 저해 우려로 전국 소방공무원들이 동요하고 있다.
현대 사회는 모든 분야가 전문화·분업화되는 추세에 있고, 이는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이다. 소방도 전문분야다. 정부는 우선 이를 인정해야 한다. 대도시 화재예방 진압은 수십년간 화재 현장을 누비고 축적된 경험을 쌓은 소방본부장의 전문지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므로 일반직 보임은 위험하다.
16%에 달하는 화재발생 증가율과 함께 대도시의 소방수요는 건축물의 대형화·지하화·고층화로 증가추세에 있고, 유류·가스·전기 등 생활에너지 사용량 증가, 산업발달로 인한 화공약품 등 화재위험물 사용량 증가로 대형 화재발생 위험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교통량이 폭주해 진압 여건은 악화일로다.
따라서 대도시의 소방기능 전문화가 절실한 이 시점에 일반행정직 공무원이 대도시 소방업무를 지휘·감독한다는 것은 전문성 무시·무사안일·무책임한 낙관주의에 다름 아니다. 그들이 목숨걸고 불 속에 뛰어들어 본 적이었는가. 구해낸 목숨을 껴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는가.
군인이 나라를 지키듯, 소방은 소방 공무원이 해야 한다. 내무부 소방국장을 소방직으로만 보임 토록 하겠다면서 시·도의 소방책임자를 일반직으로 보임 토록 하는 것은 엄청난 자가당착이다.
일선 소방서장의 직급이 소방정(일반직 4급 서기관)이며 소방본부 과장 요원의 직급도 소방정이다. 그런데 같은 직급의 일반직 서기관이 어떻게 동일 직급의 서장과 과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겠는가. 이는 공직사회의 생명인 상명하복의 위계질서에 대 혼란을 초래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본부장의 직급이 복수직이기 때문에 소방공무원인 소방감이 맡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겠으나 역대 소방국장 중 한 명만이 소방 공무원이었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 것인가.
소방조직이 각 시·도 단위로 순수 단일체제로 그 전문성을 살려 발전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민방위 조직 축소는 고사하고 엉뚱하게도 소방을 흡수·통합함으로써 일반직 공무원의 자리를 보전하려 하는 것일 뿐이다. 조직개편안 대로 통과될 경우 소방업무의 전문성 저해로 엄청난 부작용이 초래될 것을 소방 공무원들은 걱정하고 있다. <대구시 소방공무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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