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고 바둑사단|「프로100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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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바둑의 명문「충암」이「프로 1백단」을 돌파했다. 유창혁 6단·이창호 6단 등 준재들을 배출해온 충암 바둑군단은 허장회 7단(39)으로부터 막내 이성재 초단(16)까지 총23명의 프로기사를 보유하고 있고 며칠 전 유창혁 5단이 6단으로 승단하면서 1백1단이 됐다. 이들 중 프로기사 1호는 73년 입단한 정수현 7단(37).
충암의 역사는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72년 학생 왕위전의 입상자를 이끌고 한중고교생대회에 갔던 당시 동양방송 김덕보 사장·충암학원 이홍식 이사장·김수영 6단 3인은「후학을 가르쳐 일본을 꺾자」는데 뜻이 통해 충암 중고에 바둑부를 개설하고 김6단이 전임강사가 된다.
이듬해인 73년 충암은 프로입단 대회는 물론 각종 전국 아마대회까지 대학생 대회를 제외한 모든 대회를 휩쓸어 버린다. 이후 최규병 6단·양재호 8단 등이 입단하고 유창혁·이창호가 가세하면서 충암 바둑군단은 꿈나무 산실에서 한국바둑의 미래를 짊어질 대들보로 바뀌었다.
충암 출신은 모두가 강하다. 윤성현 4단(18)은 올해·조훈현 9단의「패왕」타이틀에 도전해 비록 실패했으나 1승을 건져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상훈 3단(20) 윤현석 3단(19)이 각종 본선에서 활약중이고 김승준 3단(20) 이상훈 2단(18)등도 미완의 대기로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프로가 된 양건 초단(18)은 얼마전 응창기배에서 우승하고 돌아온 서봉수 9단을 백부계로 꺾어 바둑계를 놀라게 했다.
일본엔 50년대 초 기타니미노루 9단이 기타니 도장을 개설, 중국인 오청원에 밀려버린 일본 바둑의 원기를 되찾고자 했고 그 꿈 역시 80년대에 와서 훌륭하게 이루어졌다. 이 도양 출신의 오타케 9단·다케미야 9단·조치훈 9단·고바야시 9단 등이 차례로 일본을 휩쓸었다. 89년엔 한국의 조남철 9단·김인 9단·하찬석 8단 등을 포함, 3백단 돌파기념식도 가졌다.
그러나 일본바둑은 기타니사후 도장이 폐쇄되면서 강한 후진의 대가 끊어졌고 실력 약한 9단들만 양산되면서 「일본바둑 쇠망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을 지켜볼 때 한국 바둑사에서「충암」이 등장한 것은 대단한 행운이며 미래를 내다본 훌륭한 포석이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충암 1백단 돌파 기념식」은 15일 오후7시 서울 마포 가든 호텔에서 열린다. <박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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