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파 외국인 테러 항의 베커 "독일 떠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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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독일 남자 테니스의 우상 보리스 베커(25·세계랭킹 4위)가 최근 독일에서 연일 벌어지고 있는 극우파의 외국인에 대한 폭력에 항의표시로『더 이상 독일에서 살지 않겠다』고선언, 충격을 주고 있다.
베커는 10일 영국 더 타임스와의 회견에서『나는 더 이상 독일에서 살 수 없다. 60세가 될 때까지 결코 독일에서 살 수 없다. 이는 매우 슬픈 일』이라고 말하고 그 이유는 약혼녀인 바바라 펠투스가 유색인종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5일 베커와 약혼한 펠투스는 독일인·흑인사이에서 태어난 모델 겸 영화배우. 뮌헨에 살고있는 그녀는 독일인들로부터『베커는 너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정글로 돌아가라』 는 등의 야유를 받아왔고 독일 신문들도 베커가 그녀에게 키스하면『베커가 초컬릿에 키스했다』는 식으로 모욕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베커는 또 지난 봄 독일 함부르크에서 당시 여자테니스 세계 랭킹 1위였던 모니카 셀레스가 괴한에게 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이튿날 대회가 속행된데 대해 격렬히 비난했었다. 당시 셀레스는 『슈테피 그라프가 세계랭킹 2위인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정신 나간 한 독일인의 칼에 등을 찔려 아직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번 프랑스 오픈에서 그라프가 우승해 세계 랭킹 1, 2위가 맞바뀌었다.【베를린=유재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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