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아닌 장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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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강원도 영월은 8월 들어 비가 오지 않은 날이 이틀뿐이다. 내린 비의 양도 357.5㎜(8일 현재)나 된다. 장마 기간(6월 21일~7월 29일) 내린 비(448.5㎜)의 80%에 달한다. 서울은 이달 들어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내렸다. 비의 양도 장마 기간 내린 것의 34%에 육박한다. 기상청은 10일 오후 잠깐 그치는 것을 제외하면 9~12일에도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아직도 장마가 끝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기상청은 그러나 최근 내리는 비를 '게릴라성 호우'라고 설명했다. 장마전선을 형성하는 오호츠크 고기압이 이미 물러갔다는 설명이다. 기상청 김승배 통보관은 "여름철 장마 후에 게릴라성 폭우가 나타나는 게 보통이지만 서쪽 저기압에서 만들어진 수증기가 들어오면서 올해는 유난히 비가 잦다"며 "북태평양 고기압이 크게 세력을 펼치지 못하고 멈칫거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경자 부산대 지구환경시스템학부 교수도 "장마전선은 남쪽 적도에서 몬순 기류가 올라오는 수증기가 북쪽의 차가운 고기압과 만나서 만들어지는데 지금의 게릴라성 호우는 고기압과 이동성 저기압이 만난 상황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해에서 들어오는 수증기가 가열된 지표면을 통과하면서 비구름(적란운)이 만들어지고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좁은 구역에 갑자기 많은 비를 쏟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지역별 강수량 차가 큰 것도 이런 이유다. 장마기간에는 폭 70~300㎞의 넓은 지역에 오랫동안 비가 내린다.

하 교수는 "게릴라성 폭우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지구온난화로 더욱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올해처럼 서쪽으로 확장할 경우 저기압이 지나가는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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