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잘 나는 아이|윤주헌 교수(연세대 의대 이비인후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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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문>고3 수험생의 어머니다. 평소 건강한 아이인데도 코피를 자주 흘린다. 아침에 세수할 때도 코피를 흘리는데 혹시 몸이 약하거나 병이 있어 그런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답>코피를 자주 흘리게 되면 몸에 무슨 큰 탈이 난 것이 아닐까 하고 걱정하게 되나 대부분의 경우 안심해도 좋으며 건강에 문제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코는 단순히 숨쉬는 공기의 통로 역할만이 아니라 외부의 차갑고 건조한 공기를 따뜻하고 적당한 수분을 지닌 공기로 만들어 폐로 보내는 중요한 일을 한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 코 안의 점막에는 인체의 다른 어느 장기보다 많은 혈관들이 몰려 있다. 바깥공기가 건조한 곳에서 오래 있게 되면 코 안이 마르게 되고 가려울 수도 있다. 이때 코를 후비거나 세수하면서 코 안의 점막혈관을 건드리게 되면 코피를 흘리게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흘리는 코피는 대개 금방 멎으며 건강한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는 것이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가습기나 젖은 수건 등으로 잠자리 환경을 건조하지 않게 하고 코를 후비거나 세게 풀지 않는 것으로 충분하다.
다만 한번 코피가 나게되면 멎더라도 그 자리에 딱지가 앉게돼 다시 출혈할 가능성이 크므로 주의해야 하며 눈에 넣어도 될 정도로 부드럽게 만들어진 항생제 안연고를 발라주면 도움이 된다.
코에 종양이 있다거나 큰 외상을 입었을 때와 같이 드문 경우를 제외하곤 50cc이상 계속 흘리는 코피는 거의 없다.
이는 1회 헌혈량의 15%에 불과해 이 정도 코피로는 빈혈은 물론 아무런 건강상의 장애도 없는 것이다.
코피가 날 때 고개를 뒤로 해 피를 삼키는 것은 잘못된 방식으로 오히려 고개를 앞으로 기울여 피를 바깥으로 내보내야 하며 지혈은 손가락으로 코의 양옆을 눌러주어야 한다.
피를 보는 것을 두려워하는 정서 때문에 나오는 피를 억지로 삼키게 하는 것은 어린이의 경우 구토나 질식을 일으킬 수도 있어 위험하다.
이렇게 지혈해도 30분 이상 계속될 때와 고혈압이 있는 성인에게서 생기는 코피는 병원을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 【정리=홍혜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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