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한/물밑접촉서 교감 있은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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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시간벌기 위해 미 요구 수용예상/특별사찰 받기까진 장기화 불가피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가 발효되는 6월12일을 불과 이틀 앞두고 10일 열리는 3차 미­북한 고위급회담에서 북한 핵문제는 과연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수 있을까.
정부당국자들은 현재 북한의 태도변화 가능성을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에 3차회담 결과에 대해 낙관도 비관을 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낙관적으로 다소 기울고 있는듯한 느낌이다.
이와관련,한 장관은 최근 모스크바에서 러시아주재 국내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나는 미­북한 고위급회담을 하기 전에는 성공 가능성을 51%로 점쳤는데 1차 회담후에는 성공가능성이 49%로 내려갔고,2차회담 직후에는 다시 51%로 올라갔다』고 말해 「낙관」쪽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2차 미­북한 고위급회담이후 미국과 북한은 물밑 접촉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다시 정리했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은 북한이 적어도 최소한 NPT탈퇴를 보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감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3차 고위급회담이 성사된 것 자체가 북한이 NPT에 대한 태도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렸을 것이란 짐작을 가능케 해주는 대목이다.
만약 북한이 3차 미­북한 고위급회담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힐 경우 북한 핵문제는 일단 NPT탈퇴 보류선에서 그 1막을 내리고 아직도 미결의 과제로 남아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남북한 비핵화선언 이행 등 현안은 2막(다른 형태의 회담)에서 계속 논의될 수도 있다.
사실 북한은 두번에 걸친 고위급회담이나 물밑접촉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받아낼 수 있는 최대한이 어느 정도인가를 알아냈고,또 NPT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경제제재 등 불이익을 당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북한은 일단 급한 불은 끄고 본다는 차원에서 NPT탈퇴는 보류해놓고 미국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조건들은 추가협상을 통해 제시한다는 방침을 세웠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NPT에 복귀한다 해도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북한이 NPT 탈퇴 이전인 3월12일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뿐이며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시간적 유예를 얻는 것에 불과하다.
어쨌든 현재 IAEA와 북한과의 협상이 여의치 않은 상태여서 북한 핵문제는 자칫하면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악의 경우 북한의 NPT 탈퇴강행→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조치→남북관계 냉각의 수순을 밟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바르샤바=박의준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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