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공해|김용일<서울대병원 제2진료부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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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최근 들어 시민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주말이면 가까운 등산길을 찾는 등산객수가 부쩍 늘고 있다.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주말의 여가선용이니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몇 년 전 서울대병원 소아과 교수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예르시니아 균에 감염된 7가지 예를 보고했는데 이들 중 넷은 부모를 따라 산에 올라가서 약수를 마신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약수에서 예르시니아 균이 검출되었다. 약수터부근에 서식하는 동물의 배설물로 오염된 물을 마셔 생긴다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가까운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등산로가 많은 지역의 병원에서 유사 증 예가 증가한다고 한다.
등산과 약수 마시기 간의 전말을 알 수 없어도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약수터에 가보면 정말 깜짝 놀란다. 등산로에 있는 약수터는 각종 감염으로부터 무방비상태에 있다. 약수터주변은 방뇨를 하는 사람과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로 시달리고 있으며 간염에 걸린 환자가 마시는 물그릇을 함께 쓰는 등 예르시니아 균 감염만 일어난 것이 다행이다 싶다. 이러한 약수터는 대개 등산 회가 관리하고 있으며 간단한 자연보호만 신경 쓰고 있을 뿐이며 정작 약수터의 수질을 관리하는데는 무관심하고 정부나 시 당국의 보호책도 없다.
약수라고 하기만 과연 그 속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별도의 보약이 들어 있을 리 없고 힘겹게 등산하여 갈증을 달래는 시원한 광천수지 결코 비타민이 들어 있거나 영양제가 들어 있다는 근거는 전혀 없고 오히려 신체단련의 결과로 오는 가짜 효험임에 틀림없다
인적이 뜸하던 시절 목마른 나그네에게 맑고 시원한 물을 제공하던 약수터는 오가는 수많은 이들의 쉼터이었고 마음의 휴식처였으며 오늘날에는 등산객의 큰 위안 지다. 시민의 건강에 직결되는 약수터를 지키는 시 당국의 조그마한 정성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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