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싫은 음식「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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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6월 3일자(일부지역 2일)에 삼성생명이 5백 23명의 전국 남녀 국민학생을 대상으로 의식조사를 한 결과 가장 싫어하는 음식이 김치이고 반면에 돈까스·피자 같은 음식을 매우 좋아하는 것으로 봐서 어린이들의 식성이 점차 서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기사를 보았다.
얼핏보기에 매우 충격적인 얘기이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무엇인가 잘못된 결론인 것 같아 몇 자 적는다.
첫째, 김치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성세대도 어린 시절 김치가 좋아서 먹었던 기억은 없을 것이다.
차차 성장하면서 김치의 참 맛을 알게되고 그 맛을 못 잊게 된 것으로 본다.
그 시절 어머니가 달걀찌개라도 해주시면 그것보다 더 맛있었던 것이 어디 있었던가.
둘째,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43.2%가 돈까스·피자를 들었다고 한다. 만약 조사항목에 햄·소시지를 넣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햄·소시지를 든 어린이들이 더 많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햄·소시지 맛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예를 들어 불고기 맛 햄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많았다면 어린이들의 입맛이 서구화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
셋째, 그밖에 싫어하는 음식 중 채소류·파·양파 등이 있는데 이것도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어릴 적 기성세대도 그러했다고 기억된다.
성장기 어린이의 입맛은 생리적으로 그 시기에 필요한 고기류(동물성 단백질)를 더욱 선호하게 되는데 이를 편식하지 않도록 균형 되게 해주는 것이 어른들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넷째,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항목에 보신탕·마늘을 넣은 점이다.
아무튼 오늘날과 같은 개방사회에서 어린이 입맛이라고 해서 이른바 세계화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와 같은 조사나 보도에는 신중했으면 좋겠다. 【도원희<서울 동작구 상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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