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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 생긴다면? 이명박 "즐거움 만끽" 박근혜 "절제하는 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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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입사 시험에서 면접을 하는 회사 측은 지원자의 의사소통 능력이나 비전을 살피는 동시에 감정을 적절히 조절하는지, 성격이 적극적인지 아닌지를 종합 평가한다.

서류조사와 필기시험으론 알 수 없는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을 측정하는 것이야말로 한 사람을 평가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미국 프린스턴대 정치학 교수인 프레드 그린슈타인은 '위대한 대통령은 무엇이 다른가'라는 책에서 감성 지능을 대통령의 핵심 자질로 꼽았다.

그는 "대통령이 정서적 안정성을 쉽게 잃으면 대통령제는 위험한 제도로 전락한다"고 주장했다.

정책이나 슬로건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내면에 분노나 콤플렉스 같은 정서적 결함이 없는지를 따져 봐야 한다는 의미다. 대선 후보에 대해서도 일종의 면접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후보 자질평가팀은 기존 조사에는 없었던 대선 후보의 심리.정서적 측면을 조사했다.

그 결과 후보 간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났다.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그 기분을 충분히 만끽하는지, 아니면 즐거움을 외부에 표현하지 않기 위해 절제하는지를 묻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범여권의 손학규.김혁규.조순형.천정배 후보, 민주노동당 노회찬 후보는 '상당히 만끽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이해찬(범여).홍준표(한) 후보도 정도는 약했지만 만끽한다는 쪽이었다.

반면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와 정동영(범여).권영길(민노당) 후보는 상당히 절제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한명숙(범여).원희룡(한) 후보도 절제 쪽에 가까웠다.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날 때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는가, 아니면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가'라는 질문도 던져봤다.

이명박.손학규.정동영.한명숙 후보는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김혁규.천정배.홍준표.원희룡 후보도 기분 전환을 위해 애쓰는 쪽에 가까웠다.

박근혜.권영길 후보는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는 경향이 강하다'고 답했다.

이해찬.조순형.심상정(민노당) 후보 역시 다소 기다리는 편이라고 답해 감정을 곧바로 표현하기보다는 절제하고 다스리는 성향임을 보여줬다.

도움을 준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쉽게 하는지, 고맙다는 말을 하기 어색해하는지를 물었다. 이명박.손학규.정동영.조순형.한명숙 후보는 쉽게 한다고 답한 반면 박근혜.이해찬 후보는 다소 어색해한다고 했다.

상심에 빠진 이에게 위로의 말을 쉽게 하는지, 그냥 옆에 있어 주는 편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비슷한 답변이 나왔다. 박근혜.이해찬 후보는 옆에 가만히 있어 준다고 했지만 손학규.정동영.조순형 후보는 위로의 말을 쉽게 하는 쪽이라고 답했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일부러 이벤트를 꾸미곤 하느냐'는 질문에 박근혜.이해찬 후보는 거의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손학규.정동영.조순형 후보는 가끔 하는 편이라고 소개했다. 이명박 후보는 이들 두 항목 모두 중간 정도의 답변을 했다.

이를 종합하면 이명박.손학규.정동영.조순형 후보는 외향적 성격이 두드러진 반면 박근혜.이해찬 후보는 내성적인 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평가팀의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긍정적인 정서라고 할 수 있는 이른바 '행복감'은 한 개인뿐 아니라 조직 전체에 중요한 자원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번 조사는 후보들의 응답을 기초로 한 분석이라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정확한 조사를 위해서는 장기간 관찰하거나 주변 인물에 의한 평가가 추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 해결 및 사고 스타일을 알아보기 위해 평가팀은 후보들에게 "무슨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하느냐, 아니면 참모나 동료의 의견을 따르는 편이냐"고 물었다.

스스로 결정한다는 '자기 주도형'은 이해찬.노회찬.정동영.천정배.김혁규.홍준표 후보의 순이었다. 조순형.권영길 후보는 참모의 의견을 따른다는 쪽이었고, 나머지 후보는 대부분 중간이라는 답변을 적어 냈다.

<대선 후보 자질평가팀>

◆대선 후보 평가 교수단=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 김은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인철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김하석 서울대 화학과 교수, 김학수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학장,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신유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정은 미국 미시간대 정치학과 교수, 이기수 고려대 법대 교수, 정하용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최영출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이상 가나다 순)

◆중앙일보 취재팀=정치부문 박승희.김성탁 기자, 이신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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