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어린이책] 뿌리를 찾아 고대 이집트로 떠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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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비 터커, 나를 찾아서

발 와일딩 지음, 마이클 브로드 그림, 김영선 옮김, 언어세상, 168쪽, 8000원, 초등 3학년부터

  “이 상자에 든 종이는 너희 집안 족보란다. 그런데 어떤 말썽꾸러기 꼬마가 조각조각 찢어 버렸지 뭐니. 그 녀석 이름이 토비 터커라고는 말 못 하겠다. 어쨌거나 찢어진 종잇조각을 붙여보거라. 그러면 네가 누구이고, 네가 언제 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고아소년 토비 터커는 과거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부모가 누구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양부모 집에 온 첫날, 토비는 작은 나무상자 속에서 위와 같은 글이 적힌 사진틀을 발견한다. 종잇조각을 맞춰보던 그는 치마를 입은 고대 이집트 소년 세티로 변신, 파라오 람세스 2세가 다스린 지 60년이 되던 해로 날아가 전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 문제와 ‘다른 나라, 다른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하는 아이다운 상상력을 역사기행과 매끄럽게 연결시킨 읽을 거리다. 1권은 ‘이집트에서 미라 만들기’. 고대 이집트를 비롯해 고대 그리스, 고대 로마, 영국 튜더 왕조 등의 역사와 문화가 시리즈로 이어진다.

 가업을 이어받아 농부가 돼야 하는 세티. 그러나 미라 만들기에 더 관심이 있다. 사촌 네브는 미라 만드는 일을 해야 할 처지이지만 농사일을 배우고 싶어한다. 두 소년은 사이가 좋지 않은 양가 아버지의 눈을 피해 서로의 일을 가르쳐 주기로 한다. 네브의 입을 통해 그려지는 미라 만드는 과정은 어른들도 눈을 떼기 힘들다. 두 소년은 쥐의 시체로 간단한 미라를 만들어 보기로 한다.

 네브는 내장을 다 꺼내고 시체 안팎을 깨끗이 씻은 뒤 몸 안의 물을 모조리 빼내고 수 주일간 말리는 과정에 대해 설명해 준다. 비위 약한 세티의 마음이 흔들린다. 그러나 마음을 다져먹는다. “만약 모두가 그런 이유로 미라 만드는 일을 포기했다면, 아무도 미라를 만들지 못했겠지. 그래, 그 사람들이 이겨 냈다면 나라고 못하라는 법이 없는 거잖아.”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이집트 관련 상식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의지력과 책임감의 중요성에 대해 토론해 보면 더 좋을 책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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