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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우주탐사, 경제엔 무슨 도움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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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부시 미국 대통령은 최근 유인 우주선을 화성에 보내고, 달에는 영구 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공상 과학에나 나오던 것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것이지요. 우주 개발을 하는 데는 엄청난 돈이 듭니다. 1969년 달에 인류의 발자국을 남기게 했던 아폴로 프로젝트에는 약 20조원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정부가 지난 한 해 동안 나라 살림살이에 쓴 돈이 1백18조원 정도이니 그 액수가 얼마나 많은지 상상할 수 있을 겁니다.

지구에 땅이 없어 우주 개척에 나서는 것일까요. 아니에요. 지구촌 곳곳에는 달이나 화성보다 훨씬 좋은 미개척지가 너무나 많답니다. 그런데도 거액을 들여가며 성공할지 말지 모르는 화성 탐사며, 달 기지 건설, 혜성 탐사 등에 주요국들이 달려들고 있어요.

거기에는 나라마다 국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혹은 해당 국가의 정치인들이 정치적 입지를 굳히기 위해 신비 덩어리인 우주개발을 들고 나오는 측면이 커요. 의도야 어떻든 그 과실의 태반은 경제가 받아 먹는답니다.

한꺼번에 엄청난 돈이 쏟아져 들어가며, 첨단기술이라는 첨단기술은 몽땅 동원되고, 모자라는 것은 새로 개발하기 때문이에요. 결국 첨단기술의 결정체인 우주기술은 경제를 살찌우는 데 활력소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기술 하나하나가 곧 새로운 산업을 만들 정도로 파급 효과가 엄청나답니다.

우주기술이 얼마나 비싸게 적용되는지 기기별 가격으로 비교해 볼까요. ㎏당 자동차는 2만원, 보잉 747 여객기는 30만원, 금은 1천3백만원입니다. 그런데 무궁화 위성은 8천만원, 인공위성 핵심부품인 추력기는 1억5천만원이나 합니다.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로켓인 델타로켓 1단 엔진은 kg당 9백50만원이에요. 우주용 재료나 기술은 곧 황금광맥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지요.

이렇게 우주기술이나 재료가 비싼 것은 우주선에 들어가는 모든 것이 지구에서 사용하는 물품과는 차원이 달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주는 무중력이며 초고진공, 강력한 자외선이 쏟아져 내리는 등 지구상에서 겪을 수 없는 혹독한 환경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랍니다. 만약 일반 플라스틱으로 우주선에 쓸 부품을 만든다면 그 플라스틱은 우주에 올라가자마자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입자로 분해돼 날아가 버린답니다. 초고진공 때문이지요.

이런 고도의 기술과 제품은 처음에는 우주선 등 우주 개발분야에만 적용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산업과 일상 생활을 바꾸는 쪽으로 흘러들어간답니다.

진공 기술을 예로 들어볼까요. 이는 우주 재료 실험에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초고진공에 견딜 수 없는 재료를 우주선 등에 사용했다가는 조그만 부품 하나 탓에 우주선 전체가 망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컴퓨터나 휴대전화 등에 들어가는 고집적 반도체 등은 진공 속 공정이 꼭 필요해요. 진공 기술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노트북이나 컴퓨터 등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태양전지는 1958년 뱅가드 인공위성1호에 처음으로 쓰였던 거예요. 지금은 대체에너지의 선두주자로 가정이나 무인도에 전기를 공급하는 등 세계 전기 생산에 한몫을 하고 있어요.

연료전지도 인공위성에 처음 사용한 것으로 세계 에너지의 판도를 바꿀 겁니다. 수소를 주 원료로 사용하는 데 매연이나 엔진 소음도 없어요. 아마도 앞으로 몇년 안에 이 연료전지가 휴대전화.자동차.열차.각종 전자기기의 전기를 공급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거예요.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을 TV로 볼 수 있는 것은 62년 미국 우주항공국(NASA)이 쏘아올린 텔스타 위성이 TV를 처음으로 중계하기 시작한 덕이에요. 그 이전에는 꿈도 못 꿨지요. 지금은 국내 방송조차도 위성으로 중계하는 시대가 됐잖아요.

물에 영양분을 타서 작물을 재배하는 수경재배, 가정의 정수기, 자외선 차단 선글라스, 착용하면 체온에 따라 예쁜 유방 모양을 만들어주는 형상기억합금 브래지어 등도 우주기술에서 파급된 것입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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