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시 『오적』 판소리로 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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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김지하 시인의 화제작 담시 『오적』이 3일자로 공륜을 통과, 내주부터 테이프와 CD로 판매된다.
이처럼 재 심의에 부쳐져 통과되기는 공륜 역사상 처음으로 문민정부의 공륜심의기준이 전례 없이 대폭 완화된 증좌로 문화계에서는 환영하고 있다.
판소리 『오적』은 원래 솔 출판사가 내는 『김지하 시 전집』 제3권으로 기획되었으나 담시성격상 판소리를 음반화해 패키지로 내는 게 좋겠다는 관계자들의 의견에 따라 김씨의 대학 후배로 판소리 전수자인 임진택씨(44·민예총 사무총장)의 창작 판소리실연을 킹 레코드사에서 녹음키로 한 것.
『대학시절 처음「오적」시를 봤을 때부터 판소리로 불러봤으면 하고 생각했는데 20년이 지나서야 원을 풀었습니다.
음반과는 별도로 이미 지난달 17일 시판에 들어가 출간 보름만에 재판에 들어가는 호조를 보이고 있는 시집『오적』은 이번 레코드 발매를 계기로 걸찍한 판소리장단에 장·차관,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재벌의 당시 비리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내용이 색다른 화제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김씨의 판소리를 시연한 임씨는 서울대문리대 외교학과 출신으로 민청학련사건에 연루, 투옥된 경력을 가진 재야 민중문화운동가. 84년 12월 31일 같은 김씨의 담시『비어』를 「소리내력」이라는 이름으로 강창한 게 판소리 습득의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임씨는 자신이 아직「목청이 확 트인」소리꾼이 되기엔 소리 기량면에서 부족하나 문학적 내용이나 연기력에서 광대 소리꾼으로 입신의 경지에 다다를 자신이 있다고 포부를 밝힌다.
임씨의 소리스승은 전통 판소리 가운데서도 강산제의 정통맥을 이은 「보성소리」의 명인 정권진 선생(작고) 이다. 부인은 이애주씨의 동생인 이애경씨(동덕여대교수).
지난 5월9일 KBS-TV 다큐엔터리 극장에서 「오적필화사건」이 방송되면서 내레이션 대신 쓰인 임씨의 판소리가 처음 소개돼 화제를 모았었다. <방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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