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보전정책 완화해야/농촌공동화 어떻게 막을것인가(특별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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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역특성따른 산업용도 활용 추진 필요
농촌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농촌인구 분포가 분해되고 이로 인해 농촌이 날로 활기를 잃고 휴경지·폐농가가 늘고 있다. 농업경영주의 64%가 50대이상의 고령자들이고 영농승계자가 없는 농가가 전체농가의 84%인 1백5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배우자를 못구하는 총각들이 생기는가 하면 이제 우리의 농촌은 어느 농업경제학자가 탄식했던 바와 같이 아기의 울음소리도 끊길 정도의 적막 강산이 되어가고 있다.
이와같은 농촌공동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일찍이 고속경제성장과 더불어 시작된 것이다.
30년전 우리나라의 총인구는 2천7백만명이었고 농가인구는 1천5백30만명에 이르렀다. 그후 총인구는 계속 증가해 작년에는 4천3백70만명에 이르렀으나 농가인구는 오히려 매년 감소해 작년에는 5백70만명에 그쳤다.
이처럼 심각한 지경에까지 이른 농촌공동화 현상의 가장 중대한 요인은 오로지 농지의 보전에만 초점을 맞춰왔던 지난 30년간의 농촌정책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농촌인구의 탈농은 한국과 같은 경제발전도상국에서는 불가피한 대세라 하겠다. 지금까지의 영농구조 아래에선 농업보다 비농업부문의 생산성이 높고 따라서 소득도 높았던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농촌을 농지로 보전함으로써 탈농추세를 완화시키려 노력했다. 이에따라 농업에 대한 각종보호시책이 실시되었던 바 그중 가장 핵심적인 것이 엄격한 농지전용 규제였다. 이로인해 지난 30년간 우리나라의 농지면적은 전국토의 22% 수준에서 아무런 감소없이 보전돼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탈농은 계속되었다. 재촌탈농은 억제되었으나 이농향도로 탈농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농촌공동화는 이에따른 결과며 농지보전위주의 농촌정책만 아니었던들 오늘날의 지경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농업의 보호·육성은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정책목표지만 그것이 농촌경제 활성화의 핵심적 대책이 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다. 오늘날 농촌이 당면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농촌에 대한 발상의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농촌정책 목표를 1차적으로 도농간의 여러가지 격차를 해소함으로써 농민이 농촌에 머무르고 나아가 도시민이 농촌으로 되돌아 오도록 하는데는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지전용규제를 통한 농지 보전정책을 대폭적으로 완화,농촌의 토지가 지역별 특성에 따라 농업·공업·서비스업 등에 걸치는 다양한 생산적 용도에 선택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농촌의 산업구조도 다각화내지 고도화 되도록 하고 생활공간으로서의 농촌을 현대화하자는 것이다. 다양한 투자를 허용해 각종 사회간접자본과 산업자본이 농촌에 유입되도록 하고 이를 통해 농촌의 구조조정을 추진해 나가자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일이 자유방임 상태에서 일어나도록 해서는 안될 것이다. 국토개발계획을 종합적으로 재정립,농촌구조조정이 이에 의해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투기를 방지하고 지가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제반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농촌정책의 방향전환에 따라 농업정책도 방향을 바꿔야 한다. 상업농·전업농,그리고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고부가가치형 기술농업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같은 농촌구조조정 과정에서 각 농가는 영농혁신·재촌탈농·부업농 등에 걸쳐 자유로운 선택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며 정부로서는 경우별로 충분한 조정기간과 조정지원 시책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양수길 경박·kd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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