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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슬롯머신 비리뿐일까/“검찰 거듭나라” 여론 빗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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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내부 모순·환부 아직도…/특권의식 추방 국민편에 서야”
이건개 전 대전고검장을 비롯한 검찰간부들이 거액의 뇌물을 받거나 승용차를 선물받는 등 유착관계를 맺어온 사실이 드러난 슬롯머신 내부 비호세력 수사 마무리를 계기로 검찰이 명실상부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기 위해 빨리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문민시대 출범이후 검찰은 입버릇처럼 비리척결을 외치며 사정의 칼을 휘둘러 왔지만 이 전 고검장 사건이 상징하듯 검찰 스스로의 모순과 환부가 먼저 제거되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그 권위와 신뢰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 스스로는 고검장 1명 구속,법무차관·부장검사 등 4명 사직사태를 놓고 「검찰창설 이래 초유의 비극」이라며 침통한 표정이지만 『검찰비리가 과연 슬롯머신 비호뿐인가』라며 의문을 표시하는 국민들도 많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랜 독재정권을 거치면서 검찰은 국민보다는 권력의 검찰로 자리잡았고 민감한 사건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정치적 고려를 앞세워 왔던게 사실이다.
동화은행 비자금조성 사건과 이원조의원의 갑작스런 출국 등 6공 실세들에 대한 검찰수사를 보며 국민들은 검찰이 아직도 과거처럼 정치적 고려를 우선하고 있다며 실망과 비난을 표시하고 있다.
「인사는 만사」이고 공정한 인사야말로 조직전체를 움직이는 원동력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인사는 번번이 정실·불공정 인사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인사철마다 광어·도다리·잡어론이 제기되고 『누구는 누가 봐줬다더라』는 등의 소문과 불만이 나돌았던 것이 사실이다.
TK사단·SK인맥·PK출신·호남세 등으로 표현되는 이같은 지역주의,학연중심의 인맥·파벌들이 정리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의미의 인사공정과 조직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검사들이 갖고 있는 특권의식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기찬변호사는 『검사들이 우리사회 최고 엘리트임은 분명하지만 이같은 엘리트의식이 자기조직은 예외라는 특권의식으로 변질된 것이 문제』라며 『이 전 고검장의 구속을 놓고 검사들 대부분이 그의 범죄행위에 대해 분노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조직이 받은 상처만을 강조하며 분통을 터뜨린 사실은 검사들의 그릇된 특권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개개인의 자유로운 수사권이 제한되고 관료주의적인 명령·복종관계만이 횡행하는 현실을 빨리 타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지금 위기에 빠져있다. 수십년간 계속돼오던 특권과 관행에서 벗어나 검찰도 국민들앞에 투명하게 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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