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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머신 사건파문/일부거명인사들 “유탄맞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천치안감 혐의찾다 타업자한테 수뢰 판명/PJ파관련설 부장검사 3명 결국 무혐의
슬롯머신업계 대부 정덕진씨 형제의 비호세력에 대한 검찰수사는 엄삼탁 전병무청장·박철언의원·이건개 전고검장등 소위 「잘나가는 인사들」을 차례차례 추락시켰다.
하지만 이번 수사에서는 정작 정씨형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데도 유탄을 맞은 사람들이 많다.
천기호치안감은 슬롯머신업자 박모씨에게 업소허가를 내주고 매달 3백여만원씩 1억1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13일 구속됐다.
검찰은 정씨형제와의 유착설이 끊이지 않던 천치안감을 집중수사했으나 혐의를 찾지못해 초조해 하던중 슬롯머신업소 지분소유 조사과정에서 천치안감이 다른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이 나오자 즉각 구속했다.
16일 자살한 광주지검 최인주사건과장도 정씨 형제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인물. 최과장은 평소 알고 지내던 슬롯머신 업자의 제안으로 1억원을 투자해 광주 모 호텔 슬롯머신 지분을 소유하고 매달 3백여만원정도의 수익금을 받아 오다 검찰이 지분을 가진 공직자에 대한 일제수사에 나서자 고민끝에 자살했다.
광주 국제PJ파 두목 여운환씨와 유착관계 의혹을 받았던 남충현인천지검강력부장,유제인서울지검형사5부장,송주환수원지검부장검사등도 수사결과 「무혐의」로 드러났다.
91년 광주에서 구속된 여씨가 수배도중 당시 광주지검장에게 『제가 폭력배라면 이러이러한 검사님들이 저를 사귀어 주셨겠습니까』하는 내용으로 평소 알고 지내던 검사들의 이름을 거명하며 무죄를 탄원하는 편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졌고 시기가 시기인지라 『도대체 거명인사가 누구냐』는 여론이 들끓었다.
검찰은 자체조사결과 거명된 부장검사들이 여씨와는 친분관계 이상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남부장검사는 『조직폭력배를 소탕해야 하는 강력부장이 불미한 일에 거명돼 더이상 일을 할 수 없다』며 사표를 냈다.
슬롯머신업자로부터 승용차를 받은 것으로 드러난 김승희김천지청장의 경우 정씨형제 수사가 시작된뒤 슬롯머신업자 양경선씨(46)와의 관계를 폭로하는 제보에 불똥이 튀었다. 신건 전법무차관·전재기 전법무연수원장은 결국 사퇴했다.<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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