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개씨 수감… 흡사 「007작전」/검찰내부수사 마무리 하던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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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보도진 따돌리려 새벽 1시에 영장집행/“비호세력 밝혀내 위상회복”자성론 무성
○…김두희법무부장관이 29일 사의를 표명했다 반려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검찰 관계자들은 『검찰이 만신창이가 될대로 된만큼 이제는 조직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대국민 신뢰회복의 방법을 모색할 때』라며 『청와대에서 김장관의 사표를 반려한 것도 이번 사태를 조기에 수습,검찰이 거듭나도록 노력하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고 해석.
이 간부는 『이제는 누구를 탓할 단계를 지나 서로를 적극 감싸주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검찰내부의 비호세력에 대한 사법처리가 마무리된 만큼 각계에 포진한 비호세력을 낱낱이 밝혀내는 것만이 땅에 떨어진 검찰위상을 회복시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박종철검찰총장은 29일 슬롯머신계 검찰내비호세력 수사결과 발표에 앞서 「참회·사죄·시련·유감·책임통감」을 연발하며 3분여간 대국민 사과성명을 낭독.
이어 박총장은 이 전고검장 면직·구속등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어두운 표정으로 회의실을 빠져나갔으며 참모진들도 기자들의 질문을 외면한채 뒤따라 퇴장.
○…「007작전」을 방불할만큼 철저한 보안속에 번개처럼 진행된 이건개 전고검장의 구속 수감장면은 그동안 검찰이 언론에대해 가져온 「감정」과 「제 살 도려내기」를 바라보는 검찰내부의 입장을 명료하게 드러냈다는 것이 검찰주변의 시각.
대검 중수부는 28일 오후4시쯤 주임검사인 황성진중수2과장이 영장청구 검사로 된 영장을 작성해 황과장이 직접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형사지법으로 영장을 들고가 오후6시쯤 윤성원판사로부터 사인을 받은뒤 오후 6시50분쯤 대검 중수부에 도착.
중수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영장도착직후 사진기자들에게 『이 전고검장의 구속수감 사진을 찍도록 도와줄 수 없다. 이 전고검장을 빼돌리기로 했으니 알아서 찍어라』고 통고,그동안 언론이 정덕진씨 비호세력으로 거명된 이 전고검장등 검찰 내부인사들을 신랄하게 비판해온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노출. 이 전고검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영장이 도착한지 6시간이상이나 지난 다음날 29일 새벽 1시쯤에 극비리에 집행됐으나 그동안 검찰의 「빼돌리기식 수사관행」에 익숙해 있는 사진기자들에 의해 결국 포착.
이에대해 검찰일각에서는 『대검이 오전 1시에 구속을 집행키로한 것은 설사 구속장면이 언론에 노출되더라도 그 시간쯤이면 이미 TV의 12시뉴스가 끝나고 조간들도 마지막판을 마감했을 시각인데다 다음날 최종 수사결과발표가 예정돼 있어 다음날자 석간들도 구속수감장면을 싣기 어렵다고 면밀하게 계산한 결과』라고 분석.
○…이건개 전고검장은 검찰진술에서 『정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적은 절대로 없으며 다만 2억원을 집사는데 보태기 위해 빌린적이 있다』고 진술,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
이 전고검장은 『집 사는데 돈이 모자라던 차에 정씨가 돈을 빌려준다기에 딱 한차례 만나 차용증을 써주고 돈을 빌리기는 했으나 뇌물조로 받지는 않았다』고 말해 검찰이 밝힌 수수금액 5억원중 2억원을 받은것만 시인.
그러나 검찰관계자는 『이 전고검장이 써줬다는 차용증은 전혀 형식을 갖추지 못한 메모지 정도에 불과할뿐 아니라 정씨에게 돈을 빌리면서 만기가 언제인지도 밝히지 않았고 이자도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며 혐의사실을 입증하는데 별 무리가 없음을 시사.
○…이 전고검장의 영장을 발부한 서울형사지법합의25부 윤성원판사는 영장기록을 1시간20분간 면밀히 검토한후 영장을 발부하면서 『이 전고검장이 돈을 받은것이 직무관련성이 있는지가 앞으로 법정에서의 쟁점이 될 것 같다』고 전망. 윤판사는 『이 전고검장과 정씨가 모두 차용금 명목으로 돈을 주고받았다고 진술할뿐 아니라 이 전고검장이 안기부등 관계기관에 정씨 형제 사업과 관련해 청탁을 한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뇌물수수죄 적용에 논란이 있을것 같다』고 견해를 표명. 윤판사는 또 『이 전고검장은 검찰진술에서 오히려 수사검사에게 이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해 달라고 당부하는등 자신의 무죄입증에 확신을 가진듯 했다』고 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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