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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쓰레기 재생 조형관 예술로 창조|미리 들여다 본 엑스포 현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여기저기 널려있는 건축자재들, 불도저의 소음, 그리고 맑은 하늘을 무색케 하리만큼 쉴새없이 휘날리는 먼지들….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 있는 대전 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를 버스로 출발한지2시간15분만에 도착한 대전 세계 박람회장은 개막을72일 남겨둔 지금, 겨우 대강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세계 최초로 설치된다는 이른바「빈병의 집」인 재생 조형관도 이제 기본 골격을 마무리지은 상태.
높이 15m, 지름 30m의 원뿔형으로 건물주변에는 연못을 설치해 환상적인 조형미를 보여줄 이 재생 조형관(거듭나는 집)은 현재 유리로 된 원뿔 돔이 완성돼 가지각색의 빈병1만5천개가 모자이크돼 매달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대전 엑스포의 주요부제중의 하나인 자원재활용을 조형적으로 풀어보는 이 재생 조형관은 쓰레기를 예술로 승화시켜 우리 삶 속에 깃들인 창조와 순환의 궤적을 되새기게 하는 전시공간. 총 1천1백84평 규모로 지하 2층의 전시공간과 지상조형물로 이루어진 이 건물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아이디어에서 출발,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설치 작업가 최재은씨(40·동경거주)가 내놓은 컨셉을 가지고 건설되는 것. 목에 수건을 두른 채 밀짚모자 차림새로 현장에서 만난 최씨는 『빈병을 매다는데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어 일본 기술진과 국내 건설진이 논의중인데 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엑스포 기간중 이 건물에서는 산업사회의 폐기물을 소재로 세계 13개국의 작가 27명이 출품하는 리사이클링 특별미술전이 열리게 되는데 엔조 쿠키(이탈리아), 미로슬라브 슈테이 (크로아티아공화국), 김진수·조덕형(이상 한국)씨 등 7명의 작가는 현장에서 직접 작품을 제작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전시회 아시아 측 커미셔너인 이용우씨 (미술평론가)는 설명했다. 폴싹일 때마다 한 웅큼씩 일어나는 먼지에 코를 감싸쥐며 중앙계단을 내려가자 두 사람의 일꾼이 열심히 한켠으로 벽돌을 쌓고 있다..
전시공간을 구획하기 위한 작업이다.
조직위 측은 이 벽돌마저도 여러 쓰레기들을 재료로 하여 만들어낸 재생벽돌이라고 자랑(?)한다.
지하1층 1백20평의 전시공간에는 중앙에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미술가인 백남준씨의 거북선을 주제로 한 비디오 아트쇼를 비롯, 우리조상의 재활용정신을 보여주는 전통 조각보(한국자수박물관 출품)와 어린이들이 폐품으로 만든 동물모형 등 동심을 담은 작품들(아시아문화교류연구소 주최)이 계단양쪽 주위에 전시될 예정이다. 따라서 국제전으로 열리는 리사이클링전은 지하2층 1백20평의 전시공간에 주로 선보이게 된다.
재형조형관은 특히 장애자를 위한 램프식 복도도 설치돼 있어 소외감을 갖지 않도록 배려된 흔적이 느껴진다.
『6월22일까지는 완공을 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23일께 장마가 온다기 때문이지요. 6월말이면 전시회 참가작품들도 들어올테고, 개막 한달 전에는 현장제작작가들도 작업을 시작하게돼 계속 볼만할 겁니다.』김용문 문화전시본부장의 말은 현장탐방에서 머리 속에 상상도만 그려야했던 아쉬움을 위로하는 듯했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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