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혁의 성공조건(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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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재무부가 마련한 세제개혁안은 세금탈루와 감면의 대폭 축소,부동산과 금융자산 소득 등에 대한 중과세를 통해 세수를 크게 늘린다는 것을 기본 골격으로 삼고 있다. 이런 골격을 바탕으로 대규모 토지 및 다주택 보유자,금융자산과,고소득 전문직,변칙 상속과 증여,사치성 유흥업소를 세정의 주공 과녁으로 설정한 것이 이번 세제개혁안의 으뜸가는 특징으로 꼽힌다.
고소득·거액자산에 대한 과세 강화에서 읽을 수 있는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중시 의도는 그러나 저소득층에 대한 비과세 축소로 얼마간 후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민개세 원칙에 따라 근로소득세의 면세점을 동결하고 소액저축에 대한 비과세를 축소하겠다는 시책이 이에 해당된다.
세재개혁안의 기본방향과 골격이 대체로 바람직한 모양을 갖추고 있는 것과는 달리 구체적인 시책들에 있어서는 사려부족의 흔적이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
조세의 산업지원 기능과 관련해 세제개혁안은 특정산업 지원을 지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것은 신경제 5개년계획중의 산업발전전략부문에서 제시된 전략업종의 선정과 육성이라는 방향과는 상치되는 것이다.
각종 세목의 개혁추진에 있어 점진적·단계적 시행으로 충격을 줄이려는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세목에서 급격한 세부담 증가로 초래될 부작용에 대해서는 한층 치밀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공시지가의 21%인 종토세의 현행 과표를 96년까지 1백%로 끌어올리는 작업의 불가피성은 인정되지만 그로 인한 건물·주택임대료 상승 등 각종 후유증에 대한 대비책도 아울러 강구돼야 한다.
세제개혁안의 내용중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보완돼야 할 부분은 조세행정의 혁신이다. 세원을 구성하는 소득·재산·소비구조의 복잡다기화추세는 두고라도 세제개혁안이 의도하는 과세강화의 엄청난 작업량을 감안할 때 과연 이에 상응하는 조세행정의 양적·질적 개선이 실제로 이뤄질 것인가를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개혁안이 제시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조세행정 기술과 장비의 보강,세무인력의 증원과 자질향상이 전제되지 않고는 개혁안의 많은 내용은 결국 계획 그 자체로 끝날지도 모른다.
97년에 조세부담률을 22%로 대폭 올리겠다는 재무부의 목표 설정은 비단 세무당국뿐 아니라 정부 전체의 공정성과 효율향상이 수반될 때만 비로소 정당화될 수 있다. 세금을 더 골고루 바르게 거둬들이고 거둔 세금을 정확한 우선순위에 따라 알뜰하게 쓰기위한 구체적 방안들이 함께 마련돼야만 세금을 더 내야하는 납세자들의 저항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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