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화 "불꽃의 여인"|부상 딛고 세탁서 놀라운 투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피노키오」란 별명답게 오똑한 콧날의 현정화(24·한국화장품).
현이 그동안 부상으로 부진, 은퇴설까지 나돌며 한물 갔다는 평을 일축이라도 하듯 세계무대에서 한국 여자탁구의 자존심을 곧추세우고 있다.
단체전에서 11승2패로 팀 공헌도 1위를 차지, 세계대회 2회 연속 줄라컵을 수상한 현은 21일 한국여자선수로선 유일하게 단식 8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유남규와 합복식에선 4강에 진출, 89년 도르트문트 대회 혼합복식 우승이후 두번째 챔프자리를 꿈꾸고 있으며 박해정과 호흡을 맞춘 여자복식에서도 1, 2회전 모두 더블 스코어로 압승을 거두며 16강에 올랐다.
이같은 현의 눈부신 활약에 당초 현을 세계대회 출전 멤버로 기용하느냐 마느냐로 고민했던 코칭 스태프 및 협회 관계자들은 희색이 만면. 올림픽이후 고질적인 허리 부상과 위장병이 재발, 그만큼 현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심한 터였기 때문이다.
현은 특히 한국 여자탁구 사상 최초의 단식 챔피언 등정에 기대를 부풀게 하고 있다.
국내 여자탁구는 그동안 양영자가 83년 도쿄대회, 87년 뉴델리대회에서 두 차례 단식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 역대 최고성적.
그러나 이번엔 현의 최대난적으로 꼽히던 중국의 덩야핑·차오훙이 초반 탈락, 꿈에 부풀게 하고 있다. 지난해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덩야핑·차오훙에 이어 3위를 차지, 동메달을 획득했던 현은 현재 8강에 올라있는 어떤 상대와도 해볼만한 게임으로 이질 러버 공격수인 중국 천즈허와의 준준결승이 최대 고비가 될 전망. 【예테보리=유상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