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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감 못벗는 사격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요즘 태릉사격장이 위치한 푸른 동산은 진분홍 철쭉꽃이 한껏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울창한 수림 사이의 작은 연못엔 새하얀 오리들이 자맥질하고 주말이면 가족 동반의 상춘객들이 푸른 동산 입구부터 만원 사례를 이룬다.
그러나 푸른 동산을 오가는 사격인들의 어깨엔 왠지 힘이 빠져 있다. 90년 사격계를 강타했던「총기수입비리사건」때에도 요즘처럼 무력감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사격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사격은 지난해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사상 처음 2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룩하며 국민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9개월이 지난 요즘엔 무력감이 사격장 분위기를 무겁게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사격인들의 허탈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진로그룹의 장진호사격연맹회장이 91년초 취임 때 약속한 10개 공약사업을 하나도 이행하지 않은 가운데 언제 회장직을 그만둘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첫번째.
장회장은 취임당시 회장사인 진로는 물론 재계친분 인사들에게 사격팀 창단을 적극 권유, 늦어도 지난해 말까지 2∼3개 사격 팀을 출범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최근 장기하부회장을 통해 흘러나오는 얘기는『여건이 여의치 못하다』는 말뿐이다.
진로측은 지난 사격연맹 대의원총회에서『잡음이 나면 사격연맹에서 손을 떼겠다』고 말하는 등 사격 발전책 제시보다 엄포로 사격계를 휘어잡으려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사격장 관리를 맡고 있는 재단법인 푸른 동산은 지난해 대의원총회에서 사격연맹회장을 푸른 동산 신임 이사장으로 추대했으나 현재까지 뚜렷한 이유없이 취임을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사격인들은 회장 취임 때 연맹법인화를 공언했던 회장이 사격연맹 운영에 도움이 될 푸른 동산 이사장직 취임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회장직을 계속 수행할 의사가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런 와중에 지난해말 선수들의 표적지 조작사건에 이어 이달 초순 서울대회를 비롯, LA등 월드컵 사격대회에서 한국대표선수들이 연이어 난조를 보이는 등 선수 관리에도 심각한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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