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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군비증강 어떻게 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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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8월 1일은 중국 인민해방군(중국군) 건군 80주년 기념일이다. 그간 중국군은 국공내전, 한국전쟁, 중·소분쟁 및 중·베트남전쟁 등에 참전했고 문화대혁명과 천안문 사태 등 주요 정치 문제에도 깊이 개입해 매우 공세적이고 위협적이라는 이미지를 심었다. 하지만 중국군이 실제 경험한 것은 깊은 좌절이었으며 군의 혁신과 현대화에 대한 절박한 필요성이었다.

 1989년 천안문 사태로 등장한 장쩌민 체제 이후 중국은 국방비를 매년 10% 이상 늘렸다. 91년 제1차 걸프전 이후 기존의 수세적인 인민전쟁전략 대신 보다 공세적인 ‘고도 과학기술 조건에서의 국지전 전략’을 채택했다. 최근에는 ‘정보화 조건 아래 (수행되는) 국지전 전략’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한 서방 및 주변국들의 우려에 대해 ‘2006 중국 국방백서’는 국방 현대화가 중국의 ‘평화발전 전략’에 종속되며 자체의 평화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 보호막을 제공하고 세계, 특히 주변지역의 안정에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평화로운 발전 정책에 가장 주요한 장애는 ‘대만 문제’라고 지적, 중국의 군사력 증강 목표가 유사시 미국의 대(對)대만 군사개입을 저지할 수 있는 군사적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제한했다.

 하지만 중국의 최근 전략변화와 무기획득 방향은 기존의 방어적이고 제한된 지역, 즉 대만에 대한 작전을 상정하는 군사력 발전 방향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고 있어 주목된다. 2007년 1월 11일 둥펑(東風)-21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로 자국 위성을 파괴하는 실험을 했고, 5만t급 항모가 2010년대 중반까지 취역할 예정이다.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탄 둥펑-31 6기를 최근 실전 배치했으며, 현대전 핵전력의 핵심인 094급 핵 잠수함(2010년께 개발 예정) 및 잠수함 발사 핵탄도 미사일인 쥐랑II(해군형 둥펑-31)가 개발 완료 단계에 와 있다. 이러한 중국의 군사력 발전 방향은 국지전 범위를 넘어 세계 및 우주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공세적 성격의 첨단 군사력 확보를 지향하기 때문에 미국과 지속적인 갈등의 여지를 남겨 두고 있으며, 일본과 경쟁 및 갈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중국의 군사기술은 미국·일본에 크게 못 미치며, 중·러 간 군사 기술교류도 대단히 제한적이다. 당장 가상 국지전에서조차 중국군이 군사적으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도 군사적 열세 상황을 인정하고 있고 외교전략으로서 ‘평화로운 발전론’ 및 ‘조화로운 세계론’을 표방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강대국들이나 주변 국가들과 군사충돌은 피하려 한다. 대만에 대해서도 군사력을 사용하기보다는 대대만 위협 능력을 확보하고 미국과 협력해 대만의 분리독립 시도를 사전에 봉쇄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즉 중국의 군사발전 목표는 전쟁이나 군사적 충돌보다는 상대국들이 중국의 이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군사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중국은 다른 강대국과 갈등보다는 협력의 여지가 많은 상황이며 주변국과의 관계도 우호세력을 확보하기 위해 더욱 협력적이고 안정된 관계를 지향하고 있다. 서방이나 일본에서 종종 제기하는 중국 군사위협론을 재평가할 필요성이 있다.

 우선 중국군의 발전 방향이 현재 한국과 전략적 경쟁이나 갈등관계에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전략무기보다는 재래전 능력의 발전에 더 주목해야 한다. 아울러 중국의 군사력 강화를 적대적으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 대신 중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의 이해관계를 해석, 주장할 수 있는 전략적 안목이 필요하다.

 미·중 군사관계가 꼭 대립적인 관계라고 전제할 필요는 없으며, 양국 간의 군사 협력관계도 강화되는 추세다. 우리는 한·미 동맹과 한·중 우호관계가 대립적인 상황이 되는 것은 우려할 상황이며, 우리의 정책 역시 이러한 상황을 피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김흥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