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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또 걸어도 그저 좋은 길 ⑤ 정동길 - 마음까지 쉬어가는 정겨운 동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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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어울려도 좋고 혼자여도 좋다.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천천히 걷는 동안, ‘감성’과 ‘문화’로 나를 충전한다. 서울 북촌, 삼청동, 정동, 가로수길, 부암동, 경북 영덕, 문경새재, 경주…‘보물 같은 길’을 만나러 가는 길.

⑤ 정동길 - 마음까지 쉬어가는 정겨운 동네

덕수궁에서 경향신문사에 이르는 정동길엔 전통과 낭만 그리고 문화가 있다. 연인 혹은 부부끼리 데이트 코스로 걷기에 그만이지만, 꼭 여럿이 아니더라도 홀로 사색하며 거닐면 기분 좋아지는 아름다운 길이다.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걷는 듯 정겨운 착각이 느껴지는 덕수궁 대한문 옆 돌담길은 정동길이 시작되는 곳. 정동교회와 서울시립미술관이 만나는 곳엔 분수대를 가운데 두고 경주 포석정 물길처럼 굽이친 원형 네거리가 보인다. 자동차가 속도를 내지 못하도록 만들어놓았다는 이 분수대는 보기에도 시원한 미학적인 기능도 갖추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입구의 완만한 경사로 역시 아담한 공원 같은 곳이다. 짧은 소풍을 즐기기에 딱인 시립미술관은 옛 대법원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시립미술관 앞 분수대를 기준으로 정동길은 세 가지 갈래길로 나뉜다. 맨 오른쪽 길은 덕수궁 후문으로 통하는 미국대사관 공관길. 수풀이 우거져 있어 한여름에도 시원한 그늘을 즐길 수 있다.

가운데는 ‘정통’ 정동길이다. 먹을거리, 볼거리뿐 아니라 영화•공연•예술 등의 문화 콘텐츠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길이다. 정동길에 자리한 유일한 갤러리인 경향갤러리의 김순옥 관장은 소문난 정동길 마니아. “정동길은 한 폭의 그림 같은 공간입니다.

경향갤러리 김순옥 관장. 김 관장은 직장인들이 퇴근 후에도 정동길을 즐기고 작품도 감상할 수 있도록, 갤러리 문을 밤 늦도록 열어둔다

이 길을 걷고 있으면 아무리 바빠도 마음에 여유가 생깁니다. 특히 10월에 열리는 정동 축제는 일 년 내내 손꼽아 기다리는 행사예요. 정동길은 서울에서 걷기 좋은 길 1위로 꼽힌, 걸어야 제 맛인 운치 있는 길이죠.” 김순옥 관장은 정동길이 사랑의 길이라고 표현했다. “예전에는 이곳에 가정법원이 있어서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 연인들이 이별을 한다는 얘기가 있었잖아요. 하지만 그건 속설에 불과해요. 정동길을 걸으면 사랑이 커집니다. 손잡고 걸으면서 데이트하기 좋은 곳일 뿐 아니라, 걷는 것 자체가 휴식이 되는 멋진 공간입니다.” 직장인들이 퇴근 후에도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김순옥 관장은 갤러리 문을 밤 10시까지 열어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문을 늦게 닫는 미술관이 바로 경향갤러리다.
마지막 세 번째 갈래길은 ‘등기소 가는 길’이다. 여기는 쉬는 재미와 재미있는 건축물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나무 데크가 멋진 배재빌딩과 이국적인 러시아 연방대사관이 바로 그곳. 크지 않아 오히려 운치 있는 배재공원에는 아담한 느티나무가 정겨운 풍광을 연출한다.

취재_모은희, 이한 기자 사진_임익순, 김동욱, 원동현, 박소연 기자
출처 여성중앙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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