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적 방송 정책 아쉽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새롭게 실시되는 방송 기술들이 ▲경제성▲사용의 편이성 등을 고려하지 않아 유명무실해지거나 시행착오를 겪고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MBC가 문자 다중방송인「마인즈MINDS」를 시행 2년여만인 지난 4월에 폐지한 것도 그 같은 사례의 하나다.
시청률이 거의 0%에 가까워 폐지된 문자방송은 시행 당시만해도 뉴미디어의 또 다른 개가로 평가받았으나 소프트웨어 공급(주로 생활 정보)이 부족한데다 이를 수신할 수 있는 디코더나 TV수상기가 보급되지 않아 단순한 실험으로 그친 셈이 됐다.
음성다중방송의 경우 역시 TV수상기를 판매하는 가전업체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음에도 이를 사용하는 시청자가 드물고 방송프로그램도 드물어 거의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음성다중방송은 당초 획기적인 방송기술의 발전이라며 떠들썩하게 시작했으나 현재는 외국 영화 등 지극히 일부 프로그램에 국한, 그것도 서울 지역에서만 실시되고 있을 뿐이다. 전송방식을 일본·미국과는 호환이 불가능한 서독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
표준FM방송은 주먹구구식 방송정책의 낭비와 모순을 단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다.
표준FM은 국가비상시국이나 천재지변 등에 대비, AM인 KBS1라디오를 동시에 FM전파로도 방송케 하는 방식. 그러나 별다른 명분도 없이 MBC라디오와 SBS-TV가 각각 FM주파수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전파 배분의 중복에 의한 낭비라는 지적이다.
한편 방송개발원 주최로 10일 여의도 사학연금회관에서 열린「위성방송,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의 토론회에 참석한 방송계인사들은 체신부에 의해 디지틀 전송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위성방송이 기술발전의 가치만을 내세워 실용성이 의문시되며 국제적으로도 고립을 자초할 우려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발제에 나선 KBS기술연구소 문종환 연구실장은『위성방송의 전송방식은 국내 기술수준과 경제성·방송정책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위성이 올라가는 95년엔 방송제작시설이나 시청자들의 수신기 보급이 디지틀화 되지 않아 실용성이 없을 것이며 외국에서 또 다른 디지틀 전송방식을 채택할 경우 국제적으로 위성전송 기술의 고립을 자초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일본과 홍콩의 전파월경(Spil1 Over)에 대처하기 위해 서둘러 실시되고 있는 위성방송이 전세계적으로 한번도 검증되지 않은 디지틀 방식으로 시행될 경우 애널로그 방식이나 프로그램 내용 면에서 앞서가고 있는 일본·홍콩의 위성방송에 맞서지 못하고 일본과 중국의 동포들을 포함한 시청자들은 2∼3배 더 비싸거나 기존의 시설과는 별개로 2중적인 위성방송 설치 비용을 들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송을 둘러싼 이 같은 논쟁과 갈등은 고도의 기술발전을 앞세우는 체신부측 논리와 방송의 사회·문화적 측면을 강조하는 공보처·방송계의 논리가 2원화되고 이를 거중 조정할 정책결정이 부재하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채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