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88이후 사양길 한국 복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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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제 걸음마부터 다시 시작하자.
한국 복싱이 마침내 주먹을 뻗는 자세부터 심판의 채점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모든 것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할 시점을 맞았다.
86아시안게임 전체급 석권, 88서울올림픽 금메달 2개 등의 영화는 한낱 흘러간 옛추억에 불과할 뿐이다.
링 위에 오르면 눈빛만으로도 상대를 압도해야 하는 판에 우리 선수들은 같은 체중인데도 동구선수들과의 현격한 상체 근육 차이에 주눅이 들곤 했다.
컴퓨터 채점하의 현대복싱에서 득점과 연결되는 것은 무게가 실린 깔끔한 스트레이트 펀치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한국선수들은 아직도 양훅 등 큰 펀치에만 의존, 힘만 낭비하는 우를 범했다.
또 국내 심판들의 채점기준도 엄격한 재교육으로 시급히 개선돼야할 부분이다.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채점의 가장 큰 특징은 1라운드에 우세했던 선수에게 계속 더 많은 점수가 주어지며 최종 3라운드엔 1,2라운드에서 무시됐던 작은 히트 런치도 곧바로 득점과 연결된다는 것, 특히 세계 최강 쿠바와의 합동훈련이나 동구 쪽으로의 전지훈련, 잦은 국제대회 출전으로 인한 경험 축적이 중요한 과제. 대표선수들 모두 국제 경험이 부족해 초반에 실점하면 쉽게 흥분, 경기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아무튼 여러 문제점 분석에도 불구하고 이곳 코칭스태프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탐페레=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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