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음악프로 잔잔한 새물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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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음악은 TV와 잘 조화되지 않는다.
스테레오 TV수상기도 별로 보급되지 않은 형편에 TV음악프로그램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가벼운 유흥이나 오락 혹은 음악에 관한 정보제공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주말의 대형 쇼프로그램이나 가요의 순위를 매기는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시청자들은 음악팬은 될 수 있어도 음악 애호가는 될 수 없다. 음악애호가들은 아무도 TV에서 훌륭한 음악을 감상하려고 하지 않는다. 음악애호가들은 실감나는 콘서트 현장에서나 섬세한 음질을 재생하는 고도의 오디오 시스팀으로 음악을 즐기기 때문이다.
심야토크쇼가 득세하는 반면 전문 음악프로가 사양길을 걷는 것은 전세계 TV의 공통된 추세다. 시청률면에서도 음악프로들은 드라마나 토크쇼보다 크게 떨어져 소위 교양프로그램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같은 추세에서 최근 신설된 우리의 TV음악프로그램들은 상당한 변화를 느끼게 해준다.
KBS-1TV의『열린 음악회』(『음악의 유람선』에서 개칭)나 MBC-TV의『음악이 있는 곳에』는 공통적으로 10대위주의 현란한 랩 댄스음악만을 보여주던 종전의 쇼프로그램 관행에서 벗어나 성인들을 위한 음악시간을 제공하려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이제『안방에 10대들만의 공화국을 만든다』는 평을 들어가며 지탄의 대상이 되었던 쇼프로그램들을 지양, 각계의 찬사를 받고 있는『노영심의 작은 음악회』와 궤를 같이 하려는 노력의 흔적을 보이고 있다.
70년대의 가요를 들려주며 30대 이상의 시청자를 겨냥하고 있는『음악이 있는 곳에』의 단점은 지나치게「언플러그드」라는 명분에만 치중, 전자악기로 간단히 보완할 수 있는 연주의 허전함을 비껴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로 사용되는 통기타는 지속음이 짧아 여러대가 모여 합주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은 음악전문가들 사이에선 상식이다.
어쨋든 TV음악프로가 스타들의 얼굴 내밀기와 10대들의 흥분자극보다는 시청자들의 음악적인 휴식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쪽으로 일부 방향을 바꾼 것은 박수를 보내야 할 대목이다.<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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