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정부/경제 일단 “파란불”/일 경제평론가 일경신문 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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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품공업 등 중기육성 주력/정경유착 단절로 「약점」 치유
일본의 경제평론가인 다케우치 히로시(죽내굉) 장은총합연구소 이사장은 9일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신문에 게재된 기고문을 통해 김영삼대통령 정부 출범후 한국 경제의 장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다케우치이사장은 특히 중소기업 육성에 주력하면서 정치인과 재벌의 밀착관계를 단절하려는 새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다음은 그 내용.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은 정부와 재벌기업의 강한 결속에 의해 달성됐다. 정부는 중화학공업을 육성하기 위해 재벌기업에 자금을 집중적으로 투입했으며,재벌은 자동차·가전·조선·석유화학 등 중화학공업을 육성,한국경제는 선진공업국 대열에 들어갈만큼 발전했다. 그러나 한국경제에는 약점이 있다. 그중 하나는 중견 중소기업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중요 부품과 고급기계를 생산할 기업이 없음을 의미한다.
재벌기업은 국내수요에 응하기 위해 조립공장만을 건설하고,부품공업을 육성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중요부품과 고급기계는 주로 일본에서 수입,대일 무역적자는 엄청나게 늘어났다. 과거 한국정부는 이 문제를 놓고 일본을 격렬히 비난,여러가지 양보를 촉구하고 국민의 불만을 이쪽으로 돌리려 했다.
한국정부가 재벌기업에 대해 우선적으로 자금을 배분하는 한 한국경제의 이같은 약점은 고쳐질 수 없다. 한국경제의 약점 치유를 위해선 정치인과 재벌간 유착관계를 끊는 것이 필요하며,김영삼정부의 출현으로 그것이 가능하게 된 것 같다. 새 정부는 정·관·재계의 혼탁한 관계를 계속 절단하고 있다. 동시에 중소기업에 대한 「융자 파이프」를 만들고 또 부패방지를 위해 금융실명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국민은 새정부의 개혁작업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신정권은 일본에 대해서도 첨단기술을 한국에 이전하라는 식의 무리한 요구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일본의 첨단기술이 한국에 이전되도록 하기 위해선 한국이 어떤 조건을 구비할 필요가 있는가를 협의하려는 자세로 바꾸고 있다. 현재까지는 신정부는 성공하고 있다.<동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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