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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연예] "속마음을 보여줘" 심리 오락물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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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그만큼 오묘하고 복잡한 게 사람 마음이다. 그런데 최근 TV에서, 그것도 오락 프로그램에서 사람의 속을 들여다 보려는 포맷이 인기를 얻고 있다.

1만여명의 의견을 통해 보통 사람들의 관심사를 엿보기도 하고(SBS '야심만만 만명에게 물었습니다'), 거짓으로 꾸민 행동을 하는 스파이를 찾아내려고 두 눈 부릅뜨기도 하며(SBS '실제상황 토요일'), 심지어 낯선 사람을 세워놓곤 자신의 첫사랑이라고 시치미를 뚝 떼기도 한다(MBC '누구누구'). 속고 속이면서 심리를 꿰뚫어 보려는 프로가 뜨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일 '야심만만'의 녹화가 있던 SBS 스튜디오. 이범수.이은주.성시경 등 출연자의 한마디 한마디에 방청객들은 비밀스러운 얘기를 듣고 신기해하는 어린아이처럼 떠들썩했다.

*** "관심사 비슷" 시청자 공감

이날 테마는 '남자가 스킨십을 원할 때 일단 거절하는 방법'. 특히 여자 배우 이은주는 "나도 스킨십을 좋아한다. 그러나 남자가 너무 적극적이면 일단 피했다가 다음 만날 때 내가 먼저 요구한다"는 솔직한 답변을 거침 없이 쏟아냈다.

최근 25%대의 시청률로 고공비행 중인 이 프로그램의 최영인 PD는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은 건 원초적인 관심사다.

심리를 소재로 할 경우 출연자들도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얘기를 진솔하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남녀 간의 미묘한,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할 경우엔 더욱 적나라한 얘기들이 터져나온다"라고 말했다.

'실제상황…'과 '누구누구'는 한발 더 나가 심리 추리물을 추구한다. 주말 동시간대에 편성된 두 프로그램의 주된 포맷은 '범인 찾기' 형식이다. '실제상황…'의 공희철 PD는 "누가 'X맨'인가 추리하는 방식은 대학생들이 MT에 가서 즐겨하는 마피아 게임에서 원형을 따왔다.

몇년 전부터 인기를 끌어온 추리 소설이 TV 오락물로 변형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진짜와 가짜를 가리려는 SBS의 '진실 게임'이 심리 오락물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처럼 붐까지 이루게 된 이유를 알려면 오락 프로그램의 진화 과정을 추적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그저 연예인들이 쏟아져 나와 그들끼리 간단한 게임을 하면서 흥겹게 노는 게 대표적인 오락 프로의 포맷이었다.

*** 범인 추리 등 지적 재미도

물론 SBS '뷰티풀 선데이'처럼 이런 유형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러나 연예인의 '놀음'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바보'가 되기를 원치 않는 시청자들을 위해 새롭게 탄생한 형식이 정보를 가미한 인포테인먼트(infotaiment)였다.

'호기심 천국'을 시초로 현재 방송 중인 SBS 'TV 장학회', KBS '스펀지' 등이 그렇다.

그러나 인터넷 등에서 정보가 범람하자 정보로 재미를 준다는 방식도 한계에 부딪혔다. 그래서 '머리를 써야' 즐길 수 있는 프로로 옮겨가게 된 것이다.

'누구누구'의 박정규 PD는 "요즘은 오락 프로라도 1차원적인 재미보다는 두뇌를 자극하는 지적인 재미를 더 즐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심리 프로가 당분간 인기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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