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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난타전 심판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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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 07면

-이번엔 합동연설회와 TV토론이 갈등을 빚었다.
“양쪽이 억지 쓰는 건 안 했으면 좋겠다. 첫날부터 멱살 잡는 거 신문에 나왔는데 한 번 더 이러면 각목 대회 수준으로 사람들이 생각한다. 그래서 일시 중단한 건데 (박 후보 측에서) 마치 음모가 있는 것처럼 하니까 내가 열 받는 거다. 이 후보 쪽도, 토론을 다섯 번 하려다 이 캠프의 어필로 네 번으로 줄여 발표까지 했는데 횟수를 줄여라, 맞짱 토론으로 하라고 억지를 썼다. 그러면 다른 후보는 뭐냐. 둘 다 말도 안 되는 얘기로 계속 분쟁을 만든다.”

“초등학생 반장 선거처럼 서로 할퀴고 싸워서야”

-제주의 첫 합동연설회 충돌은 당이 관리를 잘못한 거 아닌가.
“말을 안 듣는다. 서포터스를 제한하라고 해도 이 캠프는 목포에서, 박 캠프는 부산에서 (지지자를) 막 싣고 와서 비행기 표 예약을 못할 정도다. 이제 도구는 일절 반입하지 못하고 손바닥과 목소리만 가져올 수 있다.”

-19일 검증 청문회 이후에 오히려 비방이 거세졌다.
“검증위원들이 진짜 열심히 잡초 뽑고 했는데 수사권이 없으니까, 낫이 없으니까 손으로 뜯은 거다. 어차피 검증은 검찰이 수사해 발표해도 양쪽이 안 믿는다. 8월 19일까지 네거티브·포지티브 뒤엉켜서 갈 거다. 결국 국민이 판단하는 거다.”

-‘단두대’라는 표현까지 쓰며 이 후보 측에 검찰 고소 취소를 요구했다.
“나도 법조계에 있었지만 검찰이 대선 정국에 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나는 결국 둘 다 손해라고 본다. 왜냐하면 경선 때까지 검찰이 클리어시켜 줄 수 없고 양쪽 사람들만 불려 다닐 거다. 박 캠프의 서청원 고문도 불려 가고 김만제씨도 불려 다니고 김재정씨도 불려 가고. 국민은 불려 간 사람이 어느 편인지 알지 못한다. ‘또 한나라당 놈들 불려 다니는구나’ 할 뿐. (카메라 플래시) 번쩍거리고. 당 지지율만 떨어진다. 그러니까 단두대에 자기 머리 넣고 잘라 달라는 거다. 두고 보라. 두 쪽 다 득 보는 거 하나 없을 거다.”

-정치 선배로서 두 후보에게 어떤 지적을 하고 싶나.
“국민은 지금 분열을 일으킨 노무현 정권을 비판하며 가슴이 넉넉한, 따뜻한 정치세력이 통합을 이뤄주길 바란다. 그런데 맨 붙어서 싸우고 쫀쫀하게, 초등학생 반장 선거할 때 서로 할퀴는 거 비슷하게 싸우고 있다. 시시콜콜한 규칙 하나 가지고 두 달씩 싸우고…. 오죽 답답하면 5선인 내가 의원직 사퇴하겠다고 해서 겨우 무마할까. 국민이 할 수 없이 한나라당 찍어주는데, ‘저 사람들도 푸근하고 시원하긴 틀려먹었구나.’ 이렇게 생각할 거 같다. 제발 심호흡 한번 크게 하고 누가 더 대인이냐, 그런 정신으로 했으면 좋겠다.”

-초선 의원뿐 아니라 중진들까지 비방전에 가세했다.
“바둑 두면 위에서 보는 사람은 잘 보이고 직접 두는 사람은 국지전에 신경을 쓰다 저쪽이 비어 있는 거를 모른다. 막 끊고 붙고, 축으로 몰리는 것도 모르고 정신없이 싸우는 거다, 지금. 후보가 ‘이런 거 도움 안 된다. 하지 마라’고 강하게 막아야 하는데 ‘그래도 저놈이 내편 드는데’ 하며 넘어간다. 빨리 포기하고 다른 데 한 수 두면 집이 생기는데…. 잔 수로 싸우는 거는 국민에게 정말 짜증스럽다.”

-한나라당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돼 지역의 혼탁상이 우려된다.
“양쪽에서 치열하게 전화 걸고 ‘조직책’이 사람 만날 것 같은데, 당내 경선이지만 우리가 중앙선관위에 위임해 똑같은 규제를 받는다. 돈 받으면 50배 물어내야 한다. 이를 알리려 대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있다.”

-살생부 얘기도 나오는데 경선 이후 복안이 있나.
“경선 결과가 나오면 진 쪽은 며칠간 상당히 기분이 나쁠 거다. 한쪽은 열심히 뛰는데 한쪽은 의원회관에서 고스톱 치고, ‘안 되는 게 낫다’는 식으로 빈정대면 안 된다. 이긴 쪽이 조금이라도 살생부 만들면 나도 ‘당신 신나서 못 돕겠다’고 나갈 거다.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할 때 3 대 7 내지 4 대 6으로 반대쪽에서 일했던 사람을 더 많이 넣어야 한다.”

-자기를 심하게 공격한 사람을 포용하는 게 웬만한 아량으로 될 수 있을지.
“지금은 패를 갈라 싸우지만, 이긴 쪽에서 명분을 주고 따뜻한 마음만 보이면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가게 돼 있다. 권력의 메커니즘이 그렇다. 승자는 상대편 사람도 일단 포용하는 척하지 않겠나. 그때 열심히 하면 사람 마음이 금세 변한다. 지원했던 나는 뒤로 밀리고 욕하던 사람이 더 가까워지는 걸 수도 없이 봤다.”

-경선 2위 후보에게 당 대표를 물려줄 수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행간을 잘못 읽은 거다. 2등한 사람이 대표직을 받겠나. 2등이 열심히 돕기 위해 대표 하겠다면 줄 용의가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안 받을 거다.”

-범여권 통합 움직임이 빨라지는데 한나라당과 일대일 구도가 된다면 대선 전망은 어떨까.
“결론은 ‘어게인 2002’는 없다. 2002년엔 시대 흐름이 우연히 맞아떨어졌다. 386 세대가 처음 영향력을 발휘할 때고 인터넷이라는 새 미디어가 나왔다. 월드컵 4강 가는 과정에서 태극기를 막 휘감는 자유로운 문화. 붉은 색이 그렇게 대중의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지. 그런데 한나라당은 ‘법대로’는 좋은데 꼭 보기 싫은 헌법 책 들여다보는 것 같이, 족보 책 보듯이 고루하고 그랬다. 그걸 경험한 우리가 정당사상 유례없는 검증과 청문회도 했다. 지금은 우리가 더 시대를 앞선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범여권 여론조사에선 선두다.
“우리 동네에서 3등 하다 나간 분이 거기선 1등 한다니 한편 반갑기도 하다. 손 전 지사가 아무리 좋은 이미지가 있어도 별로 두렵지 않다. 국민이 철새를 싫어하는데 이분이 철새인 데다 철새들이 모인 데서 다시 뭘 한다?”

-범여권 대선 후보가 기왕이면 이런 사람이면 좋겠다는 견해가 있는지.
“그분들이 다 국정 파탄에 책임이 있어서…. 골프 쳐서 사고, 수해 때 사고. 다 뺑소니 쳐서 성형수술 하고 모여 도로 열린우리당 만들려 한다. 성형수술만 계속 하다 코가 내려앉는 거다.”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당 공천권은 어떻게 되나.
“대통령은 당권하고는 거리가 멀다. 전당대회에서 뽑힌 대표가 공천 시스템을 만든다. 당헌이 그렇게 돼 있다. 대통령이 ‘이런 이런 사람이 너무 고생했다’고 당 대표에게 메모지 몇 장 전해줄 순 있겠지. 현실 사회니까. 어떤 대표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청와대에서 지침을 줄 때까지 ‘누구를 할까요’ 하고 엎드려 있겠느냐.”

-그런데 진짜 중립인가.
“마음속으로는 이 사람이 되면 안 좋겠나 하는 부분이 어떤 때는 있지만 내가 이재오 최고위원처럼 어느 편에 가서 조직책처럼 뛰면 되겠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월드컵 결승전 심판을 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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